고소영 김희선 차승원 김하늘 손예진 김희애 황신혜 이병헌 이미연 강동원 권상우…. 한국 연예계를 이끌어가는 최고의 스타라는 것 외에 이들에게는 또 하나 공통점이 있다. 바로 패션 스타일리스트 정윤기(34)씨에게 이미지의 모든 것을 전적으로 맡긴다는 것이다.스타일리스트는 쇼핑할 틈도 없이 바쁜 스타들이 언제나 완벽한 모습으로 나타날 수 있도록 머리에서 발끝까지 '보여지는 모든 것'을 설계하는 일을 한다. 그 중에서도 정씨는 수많은 톱스타들이 자신의 이미지를 믿고 맡기는 정상급 패션 스타일리스트다. 최근 종영한 SBS 드라마 '올인' 이병헌의 강한 남성적 스타일, KBS 드라마 '아내' 김희애의 세련된 복고 스타일도 정씨의 작품. 의상 전공으로 대학을 졸업하고 디자이너 외에 뭔가 특별한 일을 하고 싶어서 '남자 스타일리스트 1호'로 시작한 이 일도 내년이면 10년째가 된다.
"의뢰인이 무엇을 입을 지 기획해주는 것은 일의 일부분에 지나지 않아요. 스타일리스트가 코디네이터와 다른 것은 한 사람이 살아가는 삶의 방향까지 설정해준다는 거죠. 무엇을 입을지는 물론 무엇을 하며 놀지, 어디서 먹을지 모든 생활을 설정해줍니다." 지금까지 정씨가 함께 일한 스타의 수는 어림 잡아 250명. 위에 언급한 이들 같이 전적으로 정씨에게 스타일링을 맡기는 연예인 외에도 많은 스타들이 광고나 드라마, 혹은 시상식을 위해 정씨에게 도움을 청한다.
화려하다는 기대에 부러움도 많이 사지만 어려움 역시 만만치 않다고 고백한다. "고가의 옷을 빌렸는데 촬영하다 이물질이 묻으면 모두 제가 물어내야 해요. 정신 없이 바쁜 스타들과 함께 움직이다 보니 저도 수면 시간이 서너 시간 밖에 되지 않습니다." 정씨가 보기에 안성맞춤인 옷을 까다로운 스타가 거부할 때, 설득하기도 하지만 때로는 욕하며 싸우기도 한다.
늘 시간에 쫓기지만 욕심 많은 그이기에 스타일리스트 외에도 몇 가지 직함을 더 갖게 됐다. 근래 가장 신경 쓰는 일은 최근 세운 '인트렌드'라는 홍보·이벤트 대행사로 개인 뿐 아니라 한 브랜드의 스타일링까지 맡아 한다. 서울 예술대 등 강단에 서고 방송에 출연해 패션 세계를 말로 풀어내는 일까지, 패션을 중심으로 한 정씨의 하루 일정은 빼곡하다.
"몸은 힘들지만 한번도 이 일에 대해 회의를 느껴본 적은 없습니다. 자유롭게 제 꿈을 펼칠 수 있는 공간이 있다는 생각은 저를 늘 깨어있게 하죠." 그가 앞으로 하고 싶은 일은 영화의 의상을 기획하고 투자를 받아 그의 이름을 건 패션 멀티숍을 여는 두 가지 일이다. 영화는 몇몇 제안이 있기 했지만 터무니 없이 낮은 조건을 제시해 거절했다. 뒤에 오는 자들을 위해 제대로 터를 잡아줘야 한다는 생각에서였다.
"아직 디자이너에 비해 스타일리스트라는 직업은 많이 알려져 있지 않아요. 하지만 패션에 관한 관심은 늘고 있고 스타일리스트의 위상도 급격히 높아지고 있습니다. 제 뒤에 오는 후배들은 조금 더 힘을 받겠죠." 그는 감성 성실성 건강을 스타일리스트의 최고 조건으로 꼽으며 영화 배우 김하늘의 잡지 화보 촬영을 위해 청담동의 한 스튜디오로 향했다.
/김신영기자 ddalgi@hk.co.kr
사진 고영권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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