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시즌 프로야구 개막전이 열렸던 4개 구장중 세곳이 만원을 이뤄 순항을 예고했다. 쌀쌀한 날씨로 개막전은 통상 관중동원이 어려웠는데 첫 단추를 잘꿰 올 시즌 목표관중 350만 명은 무난히 넘어설 것도 같다. 프로구단의 티켓 담당자들은 대개 홈 경기 중 일요일, 공휴일, 라이벌 경기, 포스트시즌 진출이 걸린 빅 게임 등에서 시즌 목표관중의 절반 가량을 동원한다는 계획을 세우게 된다. 그런데 예상치 않게 개막전부터 표가 다 팔려나간 것은 좋은 징조가 아닐 수 없다.티켓 담당자들에게 이같은 예상 밖의 매진이 발생할 때가 가장 즐겁지만 한편으로는 아쉬움도 있다.
자발적으로 사러 온 고객을 매장 규모 때문에 돌려보내야 한다는 아쉬움이다. 축구보다는 야구쪽이 그렇고 작은 구장을 가진 구단이 그런 아쉬움을 더 느끼게 된다. 그런 구단은 수용능력이 충분하면 얼마를 더 벌 수 있다는 계산이 분명한데도 "금일 입장권은 매진이오니 댁에 가셔서 TV를 시청해주시면 고맙겠습니다"라는 안내방송을 할 수 밖에 없다.
열악한 매장(야구장)을 가진 국내 프로야구단의 마케팅 책임자들은 누구나 번듯한 구장에서 멋진 마케팅전략을 펼치고 싶은 꿈을 갖고 있다. 하지만 아무리 모기업의 도움을 받더라도 서울을 제외한 지방에서는 영업일수가 연간 70일 남짓한 사업에 구단 혼자의 힘으로 1,000 억원 대의 투자를 하기란 불가능하다. 사실 최신 경기장을 확보하는 최선의 방법은 모기업을 포함한 구단과 지방자치단체의 합작투자 방식밖에 없다. 실제로 미국의 최신 경기장은 그런 방식으로 지어지고 있다. 그런데 우리와 마찬가지로 적자 재정인 미국의 지자체는 왜 스포츠시설에 대한 투자를 아끼지 않을까.
초고층 건물을 지어 기업에게 "공짜로 입주만 해주십시오"라고 제안하는 지자체는 아무데도 없지만 미국 도시들은 수 천억원짜리 경기장을 건설, 명목상의 임대료만 받고 프로구단이 마음대로 사용케 한다. 물론 주된 이유는 프로구단이나 스포츠이벤트의 공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는데 있지만 미국 지자체는 경기장건설이 지역사회에 어떤 이익을 줄 것인지를 면밀히 따진 후에 투자여부를 결정한다.
프로구단이나 스포츠이벤트가 지역사회에 줄 수 있는 이익으로는 보통 5가지를 꼽는다. 스포츠를 통해 도시이름의 홍보가 가능해진다는 점, 도시 이미지를 제고할 기회가 된다는 점, 도시홍보가 지역 내 다른 부문의 발전에도 기여한다는 점, 프로구단은 시민들의 자부심이자 지역사회의 상징이 되기도 한다는 점, 프로구단이나 이벤트가 지역에 경제적 효과를 유발한다는 점 등이다.
이런 기준에서 미국 도시들은 경기장건설에 막대한 투자를 하고 있고 현재 메이저리그 구단이 사용하고 있는 구장의 81%가 지자체 소유이다. 국내 프로야구의 마케팅 팀이 멋진 마케팅전략을 마음껏 펼치고 팬을 돌려보내는 아쉬움을 해소하려면 합작 투자자에게 위의 다섯 가지 이익을 잘 설득할 필요가 있다.
/정희윤·(주)케이보스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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