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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석제의 길위의 이야기]요 놈 닭은 어머니 해드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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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석제의 길위의 이야기]요 놈 닭은 어머니 해드리고

입력
2003.04.0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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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삼월에 어미닭이 병아리를 까면 매가 채갈라 고양이 물어갈라 살펴 기르기를 석 달, 초여름의 어린 닭은 시부모에게 삼계탕으로 해드리고, 복중 중닭은 땀 흘려 일만 해온 소 같은 남편에게 백숙으로 해주고, 가을에 다 자란 큰 닭은 딸 아들 해먹이고, 겨울에는 근친 온 사위를 위해 씨암탉을 잡는다. 제사며 손님이 시시로 소용하느니 닭이라, 안주인은 언제 닭을 먹어보나. 냄새가 싫다, 소화 안 된다고 핑계하며 언제나 남 앞으로 밀어 놓았다. 여기까지가 내가 들었던 옛날식 닭 기르기다.사철 어느 때나 양계장이 비면 병아리를 들여 온다. 고영양에 성장을 빠르게 하는 성분이 들어 있는 사료를 밤낮 없이 주고 병 주고 약 줘가며 빨리 크도록 갖가지로 떠받치니 45일이면 영계 백숙용 닭을 출하할 수 있고 두세 달이면 다 큰 닭이 된다. 이 닭을 누가 먹는지 알 수 없고 관심을 가질 이유도 없다. 소비자겠지. 양계장 주인은 언제 먹어 보나. 닭이라면 무슨 닭이든 아주 넌더리가 난다고 동창들과 통닭집 모임에서 도망치듯 가버리는 이를 보았다. 저 친구 언젠가 닭값 폭락으로 온 식구가 밤보따리 쌀 뻔 했다고 누군가 말했다.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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