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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고용허가제 왜 막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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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고용허가제 왜 막나

입력
2003.04.0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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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치국가인 대한민국에서 외국인 근로자가 어떤 지위에 있는지 알고자 한다면, 고생을 각오하시라. 우리 법전에는 '외국인 근로자'가 없고, 정책의 사전에는 '외국 인력 정책'이란 말이 없다. 단지 기술을 배우는 '연수생'과 불법체류를 단속하는 출입국관리정책이 있을 뿐이다.더 나아가, 외국인이 어떤 경로를 통해 '합법적으로 일할 수 있는지'를 찾아볼 생각이라면 아예 포기하는 편이 낫다. 체계적인 규범도 없을 뿐더러, 설명을 듣더라도 웬만해서는 이해할 수가 없기 때문이다.

연수생 한 사람에 관련되는 기관이 중소기업협동조합중앙회(중기협), 송출기관, 위탁관리회사 등 무려 11개에 이르고 그 기관들 사이에 수많은 계약과 계약이행보증금, 수당지불이행보증보험금, 연수관리비 등 온갖 명목의 돈들이 오간다는데, 그게 다 왜 필요한지 알 수가 없다.

게다가 그 복잡한 그림 속에 정작 노동정책을 입안하고 노동시장을 관리해야 할 '노동부'는 보이지 않고 중기협이 주무기관이며, 그렇게 받는 돈이 공식적인 것만 1년에 90억원에 달한다는 사실은 더 이해하기 어렵다.

산업현장에 꼭 필요한 근로자를 '노동'하게 하는데 왜 이렇게 복잡하고 비용이 많이 드는 구조가 필요한 것인지, 가르쳐 주는 사람도 없다.

2002년 10월말 현재 우리 나라에 체류하고 있는 외국인 근로자는 모두 36만6,955명인데 이 중에서 78%를 넘는 28만7,629명이 불법체류자다. 현실적 수요로 40만명에 가까운 외국인력을 고용하면서도 정상적인 외국인 고용제도 하나 없이 편법적 연수제도만 운영하고 있으니, 그 테두리를 벗어난 불법체류를 단속할 명분과 방법도 없다. 중소기업들은 단순기능 인력이 모자라 외국인을 고용할 수밖에 없다고 하는데, 다른 한편 내국인 근로자의 저임금화나 실업률도 동시에 증가하고 있다.

언뜻 보아서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이 괴이한 논리와 현상들은,'산업연수제도'가 실제로 불법체류취업을 조장해 국내 기능인력을 대체하면서 인력 부족 분야의 임금을 더욱 낮추고, 내국인 근로자들은 그 돈을 받고는 일할 수 없어 다시 외국인력 도입을 확대해야 하는, 악순환과 노동시장 양극화를 심화시키고 있음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헌법이나 국제노동협약을 들먹이면 "국익과 경제가 달려 있는데 헌법 운운한다"는 야단을 맞을테니 '인권'이나 '국제 노동기준'따위의 말은 꺼내지 않겠다. 잘려나간 팔을 들고 있거나 햇빛 하나 들지 않는 단칸방에서 생활하는 사진으로 눈물샘을 자극할 생각도 없다. 다만 'IMF 이후의 최대 경제난' '290만 중소기업인들의 사활'이라는 말로 엄포를 놓기 전에 고용허가제가 무엇인지부터 이야기 해보자는 것이다.

고용허가제는 '외국 인력 정책의 부재'라는 비정상을 해소하고 우리 노동시장의 현실적 필요에 기초하여 '합법적이고 체계적으로' 외국 인력을 관리하는 제도이다. 법원이 여러 차례 인정했듯이 '산업연수생 신분이라도 사실상 근로자로 종사하는 이상 노동법의 적용을 받는다'는 당연한 법리를 법전으로 옮기고, 체계적 관리에서 벗어난 불법체류는 엄정히 단속하겠다는 것이다.

경영계 주장처럼 이 제도를 도입한다고 해서 곧바로 외국인 근로자에게 내국인과 똑같은 임금을 주어야 하는 것도 아니고, 중소기업에 엄청난 부담이 생기는 것도 아니다. 오히려 몇몇 연수업체들의 독점을 해제하고, 인력을 꼭 필요한 업종· 업체에 배치하는 '고용허가'를 통해 문제를 해결하려는 것이다. 근로자의 권리를 보호함으로써 법의 보호를 받지 못하는 불법 노동시장으로 이탈하는 유인을 감소시키는 것이어서, 중소기업은 보다 안정적인 인력을 사용할 수 있게 된다. 이미 몇 차례의 조사 결과에서 실제 외국 인력이 필요한 중소기업 사용자들이 합법적 고용 자격을 바라고 있음이 확인되기도 하였다.

그런데 도대체 누가, 왜, 비정상적인 제도를 유지하고 확대하는 것으로 문제를 해결하라고 하는가?

김 진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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