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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S 2부작 다큐 "CITES-種의 묵시록" /밀림 동물에 가해진 "인간의 狂氣"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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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S 2부작 다큐 "CITES-種의 묵시록" /밀림 동물에 가해진 "인간의 狂氣"

입력
2003.04.0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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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네시아 자카르타의 아시아 최대 동물시장 프라무카. 입구에 세워진 '야생 동물 밀거래 금지' 경고판을 비웃기라도 하듯 시장 곳곳에서 야생 동물을 버젓이 팔고 있다. 골목 안 민가의 풍경은 더욱 충격적이다. 철창에 갇힌 오랑우탄, 새끼 곰, 극락조 등이 괴성을 질러대는 가운데 한 상인은 애완용으로 팔기 위해 슬로로리스(아시안나무늘보)의 생이빨을 펜치로 뽑아낸다. 국내에서 애완용으로 거래되는 야생 동물 대부분이 바로 이곳을 거쳐 밀반입된다.EBS가 10, 11일 오후 10시40분 아시아 각지에서 자행되는 야생동물 밀렵·밀거래 실태를 추적, 고발한 2부작 기획 다큐멘터리 'CITES-종(種)의 묵시록'을 방송한다.

올해는 CITES, 즉 '멸종 위기에 처한 야생 동식물(종)의 국제거래에 관한 협약'이 체결된 지 30주년. 발족 당시 24개국이던 가입국은 158개국으로 늘었지만, 프라무카를 찾는 사람들의 발길과 '생계'를 위해 정글로 떠나는 제3세계 빈자의 행렬은 갈수록 늘어나고 있다.

1부 '밀렵'편에서 동물 거래상을 가장한 제작진이 한 상인의 안내를 받아 찾은 팔렘방 마을에서는 새끼 원숭이 사냥이 한창이었다. 식당가에서는 막 잡은 원숭이 요리가 식탁에 올려지고, 한국인의 주문으로 새끼 곰의 웅담을 꺼내는 끔찍한 장면이 목격됐다.

인도네시아에서는 야생동물구조단(KSBK) 등이 활동하고 있지만 사법권이 없는 민간 단체인 데다 동물 거래상 대부분이 정치권 등의 실력자들과 연계돼 있어 속수무책이다. KSBK 단장이 "진짜 희귀동물을 보고 싶다면 정부 고위 관리들의 호화저택에 가보라"고 말할 정도다.

야생동물의 국내 밀반입 경로를 추적한 2부 '밀거래'편에서는 프라무카에서 극락조를 산 한국인이 세관원에게 돈을 주고 자카르타 공항을 유유히 빠져나가는 광경이 카메라에 잡혔다. 제작진은 특히 멸종위기 동물이 아닌 경우 제한적으로 거래를 허용하는 CITES 규정과 달리 포유류와 조류의 경우 모든 거래를 전면금지한 국내 법이 오히려 밀수를 부추기고 있다고 지적한다.

"인간의 손으로 쓰고 있는 '종의 묵시록' 안에 언젠가 인간 자신이 포함되지 않는다고 누가 장담할 수 있을까." 제작진이 던지는 마지막 경고에 귀 기울여야 할 때다.

/이희정기자 jaylee@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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