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고통지 없이 실시되는 특별세무조사와 정치적 목적의 세무조사가 사라지고, 세무조사 대상자의 선정기준이 사전에 공표된다. 또 일정 금액 이상의 고액 현금 금융거래 내역이 국세청에 통보되도록 하는 제도적 장치가 마련된다.국세청은 8일 시민단체 등이 참여하는 세정혁신추진위원회를 발족하고, 이 같은 내용을 골자로 한 세정개혁안 초안을 발표했다. 사정·권력기관이라는 잘못된 세간의 인식을 바로잡고, 세무행정기관 본연의 역할과 이미지에 충실하기 위해 국세청이 본격적인 자체 개혁을 선언한 것이다.
이용섭 국세청장은 "금융실명제법과 세법의 개정을 정부에 건의해 지하경제를 근절하고, 사회정의를 세울 수 있는 조세행정을 펼치겠다"며 "국세청이 개혁의지를 보여주면 국회, 관련부처와의 협의는 쉬울 것"이라고 말했다.
이 청장과 박원순 참여연대 상임집행위원장이 공동위원장을 맡은 추진위는 경제단체, 시민단체, 학계, 조세관련단체, 정부기관 인사 30명으로 구성됐다. 추진위는 국세청이 마련한 초안을 토대로 이달 말까지 세정개혁과제를 확정, 다음달부터 본격적인 개혁작업에 돌입할 계획이다. 박 위원장은 "추진위원들이 국세청의 개혁안에 공감했다"며 "시민 옴부즈만 등 모니터제도를 통해 반드시 국민들이 공감할 수 있는 개혁을 이루겠다"고 밝혔다.
세무조사 투명성 제고
이 청장은 "서울지방국세청 조사4국과 같은 조직이 청와대의 지시를 받아 특별세무조사를 벌이곤 했던 관행은 사라질 것"이라며 법에 규정되지 않은 세무조사를 없애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특별세무조사는 증거인멸의 소지가 있는 사채업자, 유흥업소 업주 뿐만 아니라 정치인을 대상으로 예고 없이 조사인력을 급파, 관련 서류를 압수해 조사하는 방식으로 진행돼왔다.
대신 세법에 규정된 조세범칙조사를 강화한다는 것이 국세청의 구상이다. 반면 처벌강도는 형사처벌인 벌금에서 행정처벌인 과징금으로 완화해 '납세 전과자'를 줄인다는 복안이다. 아울러 조사 기간, 장소, 과세기간 등 세무조사 절차를 시행령 수준으로 법제화하고, 자료제출 요구, 납세자 출두(소환), 발언내용 녹취 등 납세자의 협력의무 강제이행 방안을 제도화해 객관적이고 실효성 있는 세무조사를 실시할 방침이다.
공평과세 인프라·기업경영 투명 확보
세무조사를 받는 납세자의 금융정보가 일괄적으로 세무당국에 포착된다. 금융기관은 고객이 일정금액 이상의 고액 현금거래를 할 때 국세청에 의무적으로 통보해야 한다. 그러나 국세청은 금융계좌 조회 남용을 예방하기 위해 계좌조회 요건과 승인절차 등을 법에 규정하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현금 이전을 통한 변칙 상속·증여와 파생금융상품을 이용한 신종 탈세, 고소득 전문직종의 탈세가 상당부분 줄어들 것으로 기대된다.
사업과 연관성이 적은 접대비와 기업자금의 개인적 지출을 세금계산상 비용으로 인정하지 않는 방안도 개혁안에 포함됐다. 국세청은 사업과 관련이 없는 접대비로 향락·유흥업소의 접대비, 골프장·수렵·요트장·승마장·스포츠클럽 사용료, 기업주·임원의 사적 경비 등을 꼽았다.
/김태훈기자 onewa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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