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성석제의 길위의 이야기] 거꾸로 읽기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성석제의 길위의 이야기] 거꾸로 읽기

입력
2003.04.08 00:00
0 0

'입산금지'라고 매산 등산로 입구에 누가 막 붉은 표지를 붙여 놓았다. 비교 대상은 없지만 세계 최고의 글자인 한글을 가진 한민족의 나라, 세계 최강의 교육열을 자랑하는 대한민국에서는 무엇보다 문자(文字)가 왕이다. 어지간한 곳에는 모두 글자며 문장으로 하라, 하지 마라, 하면 혼난다, 안 하면 되겠느냐 등등의 의사표시를 하고 있다.문제는 누가 그랬느냐 하는 주체가 명확하지 않은 것인데(서로 알 만하지 않느냐는, 알면 뭐하겠느냐는 숨은 의미의, 이 또한 단일민족다운 처사!), 아마 봄철에 산불을 예방하자고 붙여놓았겠지만 늘 왕래하는 산에, 그것도 올라갈 때는 없었는데 내려오는 길에 눈에 확 띄도록 '입산금지'를 붙여 놓아 슬쩍 거꾸로 읽어보게 만드니, '지금산입', 곧 지금 산으로 들어간다는 말이 아니겠는가.

어느 집의 담벼락에 '소변금지'라고 써놓으면 '지금변소'라고 읽으며 볼 일을 보던 치기 어린 시절도 있었으니, 봄 산 소요객의 '지금 산으로 들어가오'는 그의 먼 형제이겠다. 그 말도 맞고요, 하듯 어디서 꿩 우는 소리가 들려온다. 옛말에 춘치자명(春雉自鳴), 봄이 오면 꿩이 스스로 운다 했는데 하, 이건 '명자치춘'인가.

/소설가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