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그룹의 거액 비자금 조성 사실이 확인된데 이어 7일 정·관계 로비 혐의가 처음 포착됨에 따라 정·관·재계에 파란이 일 전망이다. 특히 검찰은 이미 2∼3건의 추가 로비 혐의를 상당 부분 포착한 것으로 알려져 검찰의 자금추적과 관련자 조사가 진행될수록 이번 사건은 'SK게이트'로 번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상태다.SK 정·관계 로비 혐의 포착
SK건설 자회사인 (주)정지원은 경기 남양주시 오남읍 오남산 일대 117만1천㎡ 부지에 골프장, 스키장 등을 갖춘 복합 리조트 건설 계획을 세웠으나 사업 인·허가를 받는데 실패했다. 주거지역과 지나치게 가까운데다 개발불가 등급이 전체 면적의 70∼80%라는 환경단체와 지역주민들의 문제제기 때문이었다. 설상가상으로 불법공사를 벌이던 관계자 5명이 지난해 초 남양주시로부터 산림법 위반 혐의로 검찰에 고소됐다.
상황이 악화하자 사업 인·허가권 등 현안 해결이 시급하던 SK그룹이 움직였다. 지난 2일 검찰 조사에서 SK건설 김모(56) 상무는 "골프장 사업과 관련, 편의를 봐달라는 청탁과 함께 당시 김모 남양주시장에게 5,000만원을 건넸다"고 진술, 로비를 벌였음을 시인했다.
일파만파로 번지는 SK 로비의혹
특히 주목할 부분은 SK 로비 의혹이 그룹 차원의 조직적인 정·관계 로비의 일환으로 이뤄진 정황이 드러났다는 점이다. 김 상무는 검찰에서 "김창근 구조조정본부장 겸 SK(주) 사장으로부터 김 전 시장에게 전달하라는 지시를 받고 돈을 건넸다"고 출처를 명확히 밝혔다.
이는 "4∼5개 계열사에서 매년 수십억원의 비자금을 조성, 관리해왔으며 김 사장이 액수와 용도를 지정해주면 돈을 내줬다"는 구조본 재무담당 임원 조모씨의 진술과 일치하는 것이다. 즉 처음부터 로비용 비자금을 조성했으며 집행도 그 목적에 맞게 이뤄졌다는 얘기다.
앞으로 검찰 수사의 핵심은 비자금의 정치권 유입 여부. 검찰 안팎에서는 "검찰이 이미 정치권 유입 정황을 상당 부분 포착한 것 아니냐"는 관측도 있다. 또 금융권이나 관련 당국 등에 대한 로비 부분에 대한 수사 여부도 주목되는 부분이다.
검찰 말 못할 이유 있나
검찰은 SK의 비자금 집행 혐의까지 밝혀내고도 수사사실을 철저히 부인, 의혹을 낳고 있다. 검찰은 7일 한국일보의 'SK 연간 수십억원 비자금 조성'보도에 대해 "최근 SK 관계자는 한명도 소환하지 않았다"고 해명했다가 다시 "공소유지를 위해 몇명 불렀으나 비자금 수사는 한 적이 없다"고 말을 돌렸다.
그러나 검찰은 이미 지난 2일 김 상무를 불러 비자금 집행내역까지 확인한 상태다. 특히 김 상무는 분식회계 혐의 등으로 기소된 최태원 (주)SK 회장 등과는 전혀 무관한 SK건설 소속이라 검찰 해명은 설득력을 잃고 있다.
/강훈기자 hoony@hk.co.kr
박진석기자 jseo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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