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달 전 아들을 초등학교에 입학시킨 주부 이모(34)씨는 걱정이 이만 저만이 아니다. 아침만 되면 배가 아프다며 등교를 거부할 때만 해도 그러려니 했는데, 며칠 전부터는 밤잠까지 설치며 헛소리까지 시작했다.보다 못해 찾은 소아정신과에서 이씨의 아들은 전형적인 '분리 불안 장애'라는 진단을 받았다. 학교에 입학한 지 한 달이 넘었는데도 이처럼 학교생활에 제대로 적응하지 못하는 아이들이 적지 않다. 학교생활에 적응하지 못하는 아이들은 다양한 양상의 행동장애 증상을 보인다.
분리 불안 장애
유치원이나 초등학교에 처음 들어갈 때 엄마와 떨어지는 것을 불안해하고 가지 않겠다고 떼를 쓰는 것은 정상적인 행동으로, 일시적으로 나타났다가 점차 호전되게 마련이다.
그러나 걸핏하면 조퇴하고 집에 돌아오고, 언제 어디나 항상 엄마를 따라다니며 떨어지기를 싫어한다면 분리 불안 장애라고 볼 수 있다.
분리 불안 장애가 있는 아이들은 학교에 가는 것을 병적으로 거부하는 '등교 거부증'을 보이기도 한다. 이런 아이들은 학교에 가기 싫다는 것을 직접적인 말로 표현하기보다는 두통, 복통, 설사, 어지럼증 등과 같은 증상을 호소하며 등교를 거부하는 경우가 많다. 이런 증상은 대개 아침에 시작되며 등교하지 않고 집에 있거나 등교시간이 지나면 호전된다.
서울대 의대 소아정신과 신민섭 교수는 "조급하게 생각하기 보다 아이가 엄마와 잘 떨어지는 것을 칭찬하고 심부름을 시키거나 딴 방에서 잠을 재우는 등 아이가 점진적으로 엄마와 떨어지도록 상황을 만들어 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한다.
학습 장애
노력을 하지 않는 것도 아니고 지능도 정상인데 아이의 학습수준이 지나치게 떨어진다면 학습 장애를 의심해 볼 필요가 있다. 학습 장애는 지능은 정상수준인데도 뇌의 특정부문 장애로 인해 듣기·읽기·쓰기·셈하기 같은 기본적인 학습을 잘 하지 못하는 증상을 말한다.
글을 읽고도 의미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거나 글 자체를 읽지 못하면 '학습 장애'일 가능성이 높다. 또 한 단어를 반복해서 읽거나 다음 줄로 넘어가야 하는데 다시 그 줄을 읽는 것도 학습 장애의 한 유형이다. 맞춤법을 자주 틀리거나 일기나 독후감 등 자신의 생각을 글로 옮기는 일에 서툴고 왼쪽, 오른쪽 같은 방향을 혼동하기도 한다. 이 밖에 글씨를 쓰는 속도가 지나치게 느리거나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악필인 경우, 집중력이 떨어지고 머리를 쓰는 일을 피하는 경우에도 학습 장애를 의심해 봐야 한다.
학습 장애는 일반적인 교육방법으로는 고치기 어렵다. 학습 장애 아이를 윽박지르면 아이는 자신의 지능이 낮다고 단정짓고 아예 노력조차 하지 않게 돼, 결국은 개선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고 만다. 따라서 학습 장애가 의심되면 전문가에게 상담을 받고 제때 치료하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
틱 장애
등교 스트레스로 인해 눈을 계속 깜빡이거나 안면근육을 실룩거리고, 코나 입 모양을 괴상하게 움직이는 등 신체 한 부분을 반복적으로 움직이는 '틱' 동작이 나타날 수도 있다. 이런 틱 동작은 계속 주지시키면 더 심해질 수도 있다. 근본적인 해결방법은 스트레스의 원인이 무엇인지 찾아내는 것이다.
아울러 과도한 학업과 과외활동을 줄여 아이가 충분하게 놀고 휴식할 수 있도록 도와주고 사회규범에 대해 설명해 주어 자신감을 갖도록 해야 한다. 하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부모가 스트레스를 모두 제거해 줄 수 없으므로 아이 스스로 스트레스를 이겨내는 방법을 터득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다.
틱 장애의 경우 10명 중 2명 정도는 1∼2개월 안에 저절로 없어지므로 크게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하지만 증상이 1년 이상 지속되거나 학교 공부나 친구 관계에 지장을 초래하는 경우에는 의사의 도움을 받는 게 좋다.
/권대익기자 dkw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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