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3년 4월28일은 시인 천상병(1930∼1993·사진)이 '아름다운 이 세상 소풍 끝내고'('귀천'에서) 떠난 날이다. 그 전에 그에게는 두 번의 죽음이 더 있었다. 67년 동백림 사건으로 전기고문을 받고 6개월 간 옥고를 치른, 죽음 같은 고통이 있었다. 71년 문우들은 그의 첫 시집 '새'를 '유고 시집'으로 내 주었다. 행방불명이 된 그의 생사를 몰라서였다. 가난과 주벽과 기행으로, 죽음마저 친구로 반긴 마지막 순수 시인으로 기억된 그는 93년 지병인 간경변으로 하늘로 돌아갔다.그리고 불현듯 세월이 흘러 맞는 그의 10주기를 전후해 다양한 추모 행사가 열린다. 4월21일∼5월31일 의정부 예술의전당 전시장에서 천상병 시인의 원고와 편지 등을 모은 '유품 전시회'가 열린다. 또 4월27일에는 의정부공원 천상병 묘소에서 추모제가 개최된다. 이날 오후 3시30분 의정부 예술의전당 소극장에서 소리꾼 장사익씨와 의정부시무용단 등이 출연하는 추모공연과 시 낭송회도 있다. 미국 뉴욕(6월21일)과 캐나다 토론토(6월22일)에서도 교포 문인들이 추모 행사를 연다. 천상병 시인의 삶을 뮤지컬로 제작한 '요놈 요놈 요 이쁜 놈'도 올 하반기에 무대에 오른다.
무엇보다 각별한 의미의 추모 행사는 소설가 천승세(64)씨의 '실록소설 천상병―괜찮다 이제는 다 괜찮다'의 출간이다. 생전에 시인과 깊은 친분을 나누었던 천승세씨는 10주기를 앞두고 그의 일대기를 다룬 소설을 집필해 왔으며 5월초 출간 예정이다. 천승세씨는 "천상병에 대한 오해가 아직 문단에 많이 남아 있다. 이 소설은 시인의 삶을 전하는 것을 넘어 한국문단의 이면사를 드러내는 작업"이라며 "천상병은 천재였을 뿐만 아니라 평화주의자였고 낙천주의자였다. 이번 실록은 천상병과 주변 사람들의 이야기를 통해 화석화한 한국문학사를 생생하게 되살려내는 작업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지영기자kimjy@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