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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동열의 야구 불문율]변화구는 속구가 있어야 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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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동열의 야구 불문율]변화구는 속구가 있어야 통한다

입력
2003.04.0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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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전 국내대기업의 CEO한테 흥미로운 얘기를 들은 적이 있다. 유니온 퍼시픽은 비행기가 수송의 주요수단으로 등장하기 전까지 미국에서 첫째가는 철도회사였다. 돈을 쓸어담다시피했던 유니온 퍼시픽은 항공회사의 등장을 하찮은 일쯤으로 여기고 철도라는 운송수단을 고집했다. 얼마 지나지않아 철도가 항공기에게 밀리면서 유니온퍼시픽은 평범한 회사로 전락했다. 철도만이 운송수단의 전부인 양 생각하고 변신을 거부하다가 낭패를 봤던 것이다. 유니온 퍼시픽이 철도회사가 아니라 운송회사라는 단순한 사실을 깨닫기만 했어도 지금쯤 많은 미국인들이 유니온 퍼시픽 항공을 타고 미국전역과 세계곳곳을 누비고 있을 것이라는 게 CEO의 얘기였다. CEO의 말인즉 유니온 퍼시픽은 시대의 변화를 읽지 못해 일류에서 삼류기업이 됐다는 것이다.나도 일본에서 뛸 때 '변해야 산다'라는 말을 수없이 되뇌이곤했다. 특히 시즌 초반에는 '변화'라는 단어를 항상 염두에 뒀다. 일본프로야구에 진출한 1996년은 선수생활기간중 가장 힘들었던 시기이다. 국내에서 하던 대로 하면 되겠지라는 안일한 생각으로 자만했다가 큰 시련을 겪었다. 난생처음 2군생활을 하기도 했다. 당시 나에게 큰 자극을 줬던 선수가 야마모토라는 주니치 드래곤즈의 에이스였다. 직구 최고구속이 133㎞에 불과했지만 매년 대단한 성적을 거뒀다. 곰곰히 관찰한 결과 100㎞대의 커브, 120㎞대 슬라이더와 섞어던지는 직구가 승부구였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직구도 같은 직구가 아니라 속도에 변화를 줘 상대타자들을 혼란스럽게 만들었던 것이다. 야마모토식 '속도의 변화'를 추구한 덕분에 97시즌에 자존심을 회복할 수 있었다.

'변화구는 속구가 있어야 통한다.' 초등학교 투수라도 아는 야구의 불문율이다. 하지만 국내선수들중 여기에서 말하는 변화구의 의미를 너무 좁게 해석하는 경향이 없지 않다. 낙차큰 커브나 옆으로 휘어져 나가는 슬라이더만을 변화구로 생각하는 것이다. 야마모토의 경우에서 보듯 직구에 속도의 변화를 주는 체인지업만큼 훌륭한 변화구는 없다. 커브나 슬라이더는 제구가 안될 경우 장타로 연결될 수 있다. 하지만 직구구속의 완급을 조절하면 타자의 타격타이밍을 손쉽게 빼앗을 수 있다. 이 같은 평범한 사실을 실천하느냐 마느냐가 1류와 3류의 차이다.

'고정관념'을 뛰어넘어 시도하는 작은 변화가 큰 성공으로 이어지는 경우는 비단 야구에 한정된 것만은 아닐 것이다. 시대 트렌드를 한발 앞서가는 사소한 발상의 전환으로 대박을 잡은 사람들은 '변화'속에 담긴 비밀을 알아챈 부류일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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