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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소기업 "환율희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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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소기업 "환율희비"

입력
2003.04.0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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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흥에서 휴대폰용 안테나 생산 업체를 운영하는 김동우(51)씨는 지난주초 멕시코 거래선에서 받은 2월분 수출대금 42만 달러를 환전하며 쾌재를 불렀다. 두 달새 환율이 80원이나 올라 3,000만원의 이득을 본 것. 하지만 바로 그날 회사로 날아든 컨테이너 운송 요금 청구서는 들떴던 기분을 착 가라앉게 만들었다. 환율 때문에 요금이 평소보다 10%나 올라 있었다.지난 두 달새 환율이 가파르게 오르면서 해외 거래가 잦은 중소기업의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일부 업체는 환차익에다 가격 경쟁력도 강화돼 희색인 반면, 원자재와 생산 설비를 수입하는 업체는 원가 부담에다 외화 부채까지 늘어 이중고를 앓고 있다.

외국 자본 유출로 원화 가치 하락

2월초 매매기준율로 1달러당 1,170원에 거래되던 환율은 지난 주말인 4일 1,260원에 거래됐다. 석 달새 무려 80원이나 오른 셈. 미국 달러보다 일본 엔화의 값이 더 많이 올랐다. 엔화는 연초 100엔당 970원에 불과하던 것이 최근 10% 가까이 오른 1,060원에 거래되고 있다.

외환 전문가들은 "최근 3개월째 이어지고 있는 경상수지 적자와 북한 핵 문제로 인한 외국 자본의 유출이 환율 상승의 주원인"이라고 말한다.

일반적으로 수입이 수출보다 늘어 외화가 귀해지는 경우에는 달러의 환율 변동이 큰데 반해, 최근에는 외국인이 주식을 팔고 빠져나가면서 시장에 원화가 많이 풀리고 외화는 줄면서 전체적으로 원화 가치가 하락하는 양상이다.

업체마다 엇갈리는 희비

환율이 오르자 원자재를 수입하는 내수업체는 채산성 악화로 고민하고 있다. 여기에 외화 대출까지 있는 업체의 어려움은 더 심각하다.

성남에서 무선 작동 로봇 완구를 만드는 T랜드의 경우 일본에서 수입하는 소형 모터와 무선 조정기 모듈 가격이 10% 올라 원가 부담도 5% 이상 늘었다. 올 초 일본에서 정밀 플라스틱 사출 장비를 수입하면서 받은 엔화 대출을 생각하면 더 답답하다. 원금 5억7,000만원이 6억원 대로 늘어난 것. "이자가 싸서 외화 대출을 했는데 아예 선이자를 뗀 꼴이 됐다"는 것이 업체 사장 윤모(55)씨의 말이다. 반면 일부 수출 업체들은 가격경쟁력에 숨통이 트였다. 해외 브랜드 F사의 패션 잡화 제품을 임가공해 수출하는 서태연(49)씨는 "원화 수출 단가가 10% 가량 올라 마진도 대폭 늘었다"며 "다음달에는 납품 단가를 5%정도 낮춰 홍콩 업체에 뺏겼던 물량을 다시 찾아올 계획"이라고 말했다.

환(換)테크에 관심 기울여야

외환 금융 전문가들은 "이제는 중소기업도 환테크에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고 말한다. 외환은행에 따르면 전체 수출입 외환거래액의 35%가 중소기업의 몫으로, 관리만 잘하면 거액의 환차손을 줄일 수 있다. 하지만 전문적인 환리스크 관리 기구를 두고 있는 대기업과 달리 환율 변동에 체계적으로 대처하는 중소기업은 거의 없다는 지적이다.

기업은행 외환업무부 김영기 팀장은 중소기업이 환리스크에 대처할 수 있는 세 가지 방안을 조언했다. 먼저 대출기간에 달러, 엔화 등에 대한 원화의 환율이 상승할 경우 원화대출로 갈아탈 수 있는 전환 대출 상품과 미래의 거래시점에 현재 환율을 적용하는 선물환 제도를 활용할 것을 제시했다. 이와 함께 수출 보험공사에서 제공하는 '환율변동보험'도 비교적 저렴한 수수료로 활용할 수 있어 적절한 환리스크 관리수단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정철환기자 plomat@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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