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그다드 함락이 코 앞에 다가옴에 따라 사담 후세인 이라크 대통령의 향후 거취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미 시사주간 타임 최신호 인터넷판은 미군의 전쟁계획 수립과정에 참여한 장교의 말을 인용, 후세인 대통령이 현 시점에서 선택할 수 있는 4가지 방안을 제시했다.
'목표물: 후세인'이라는 제목의 이 기사에서 가장 유력한 방안으로 꼽은 것은 후세인 대통령이 미리 준비된 은신지로 숨어 들어 잠복하는 것이다. 이 같은 은신지는 발각될 가능성이 많아 후세인은 자살을 준비할 수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관측이다.
두번째는 도주 가능성이다. 그러나 바그다드 주변 주요 도로가 미군에 장악돼 모두 막힌 상황이어서 바그다드 시내 지하에 설치된 복잡한 터널을 통하거나 피란민으로 위장, 지방으로 피신한 뒤 외국으로의 궁극적 도피를 노릴 수 있다는 전망이다.
세번째는 구약성서에 등장하는 삼손처럼 공멸이라는 극단적인 방안을 선택하는 경우이다. 일단 모든 것이 끝났다는 사실을 깨닫게 될 경우 후세인 대통령으로서는 최대한 많은 적군과 더불어 최후를 맞이하려 할 가능성이 크다는 설명이다.
이를 선택한다면 후세인 대통령에 충성하는 병력이 자살 공격을 가하거나 학교나 이슬람사원을 무대로 미군과 교전을 벌임으로써 대규모 민간인 인명피해를 야기할 수가 있다. 특히 후세인 대통령이 화학무기와 같은 대량 살상무기를 보유하고 있을 경우 최후의 순간에 미군에 이를 사용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타임은 강조했다.
후세인을 오랫동안 연구해온 전문가들은 그가 소명을 완수하기 전에는 쉽게 죽지 않는다는 의식에 사로잡혀 있기 때문에 쉽사리 체면을 손상시키는 식으로 무너지지는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최근 영국 BBC 방송은 심리학자들의 분석을 인용해 후세인이 최후의 순간을 맞을 경우 타협이나 도피보다는 역시 "영웅적 최후를 맞이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집단 항전 과정의 장렬한 전사나 자결을 점칠 수 있는 대목이다.
네번째로는 망명 협상을 시도할 가능성이 있다는 점이 지적됐다. 후세인 대통령은 피아간에 심각한 인명피해를 야기할 최후의 전투를 카드로 활용하면서 협상을 시도할 소지가 있다고 타임은 설명했다. 자신의 망명을 허용하는 것이 살상을 막는 길이라는 점을 인식시키기 위한 전략이다.
미군 장교는 "후세인이 망명하도록 허용하는 편이 더 낫다는 점을 인식시키기 위해 각종 카드를 준비하고 있다는 신호가 우리에게 도달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도널드 럼스펠드 국방장관은 지난 주 "후세인 대통령이 망명을 하기에는 시간이 너무 늦었다"면서 망명 불허 입장을 분명히 한 바 있다.
/이은호기자 leeeunh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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