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 학생들과 전쟁, 평화, 그리고 국가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는 매 시간 시간이 소중할 뿐입니다. 일주일에 세 시간은 너무 짧기만 합니다."고려대에서 '전쟁과 국가'라는 자유교양과목 강의를 하고있는 서경석(64) 예비역 중장은 요즘 하루하루가 너무 즐겁다. 매주 월요일 강의실을 찾는 450여명의 학생들과 호흡을 맞춘다는 기쁨 때문에 40여년전 대학생으로 다시 돌아간 기분이다.
"수강신청이 마감되고 첫 수업을 하는 날 전역 후 몇 번 입지 않았던 장군 예복을 꺼내 입었습니다. 조금 쑥스럽기도 했지만 학생들에게 '나는 여러분들을 가장 존경하고 사랑하기 때문에 예의를 갖추겠다'는 마음을 보여주고 싶었습니다."
그의 강의는 학생들에게 인기가 아주 높다. 학생들 사이의 별명도 '교수님'이 아닌 '장군님'이다. 서 장군은 "점수가 후하다는 소문도 있지만 학생들을 훈련병처럼 편하게 대하고, 과거 베트남전 참전 이야기를 포함해 경험에서 우러나오는 내용들을 곁들인 실감나는 강의 때문일 것"이라고 자평했다.
1965년 고려대 사학과를 졸업한 ROTC 3기인 서 장군은 3군 부사령관을 끝으로 1999년 35년간의 군 생활을 마쳤다. 사회에 도움이 될 만한 일을 찾던 그는 "평소 관심을 가졌던 손자병법, 세계 전쟁사, 지도자론 등을 학생들에게 강의하면 어떻겠느냐"는 학교측의 제의로 2000년 2학기부터 강의를 시작해 벌써 3년째다.
"이라크 전쟁을 보면서 복잡한 마음이 들었습니다. 학생들에게는 '나는 한국군 파병을 지지한다. 하지만 내 생각이 옳을 수도 그를 수도 있기 때문에 여러분들이 주관을 잘 세워서 생각을 정리해라'라고 말해줬죠."
서 장군의 꿈은 강단에 설 힘이 남아 있을 때까지 학생들과 함께 하는 것. 그는 "고전과 현실을 접목해 수업을 들은 학생들이 새로운 희망을 품고 한 학기를 마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정상원기자 ornot@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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