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 케익인 줄 알았는데 이제 보니 아이스크림이네.” (임현식이 생일 날 집으로 찾아 온 조카 친구들이 사 온 유명 유제품 회사의 아이스크림 케익을 보고)
“그걸로도 되나요.” (김태연이 휴대폰 정보제공 서비스로 증권정보를 확 인하는 부하 직원을 보고 놀라면서)
“굿 샷!” “드라이버를 바꿨더니 거리가 더 나가네요.” “거리가 더 나 오면 자신감도 붙고, 그러면 타수도 줄어드는 거지요.”(이덕화와 극중 국 회의원이 골프장에서 대화를 나누면서)
모두 3일 종영한 SBS 기획드라마 ‘올인’의 마지막 회에 나온 장면들이다. 누가 봐도 알 수 있는 유명 제품을 간접광고 하느라고 극의 흐름과 별상관 없는 이야기들이 불쑥불쑥 튀어 나왔다.
엔딩 장면을 기다리며 긴장감을 늦추지 않은 채 TV를 지켜 본 ‘올인’ 시청자들은 화가 나지 않을 수 없었다. 한 시청자는 “속이 꽉 찬 마지막 회를 만들기 위해 1분 1초도 아까운 마당에, 아이스크림과 휴대폰, 골프채를선전하느라 족히 2분은 허비해 버렸다”며 분통을 터트렸다. 이에 대해 SBS 구본근 CP는 “‘올인’ 마지막 회는 방송 2분 전에 제작이 완료돼 제대로 심의하지 못했다”며 “경위를 파악한 뒤 외주 제작사에 지급하는 제작비를 삭감하는 등 불이익을 줄 수도 있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이 뿐만이 아니다. ‘올인’ 방영 내내 선우은숙은 제작협찬을 받은 생식회사의 간접광고를 위해 시도 때도 없이 남편으로 나오는 이덕화에게 생식을 권했고, 극중 인물은 유명 전자회사 노트북만 사용했다.
공적 매체인 방송을 사적으로 악용한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자, 제작진의‘간접광고’ 전략도 한결 교묘해졌다. MBC 일일극 ‘인어아가씨’에 소개된 특정업체 팬티와 아이스크림처럼, 아예 협찬사 제품을 드라마 에피소드의 직접적 계기로 만들거나, SBS ‘라이벌’처럼 출연자가 특정 골프의류업체의 옷을 입고 나와 상표 이름만 살짝 바꾸어 심의를 피해 나가기도 한다.
반면 방송위원회의 규제는 ‘솜방망이’다. 간접광고에 대해서는 시청자사과, 해당 프로그램 정정 또는 중지, 편성책임자 등에 대한 징계 등이 가능하지만 지난해 적발된 방송 3사의 간접광고 110건 중 제재를 받은 것은단 한 건이었다.
그나마 시청자 사과의 경우 프로그램이 종영된 뒤 내보내 실효성이 떨어지게 마련이다. ‘올인’의 마지막 회에 간접광고가 집중된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는 해석이 있다. 한 시청자는 게시판에 “정권 말기 챙겨주기가연상된다”고 꼬집었다.
김영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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