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라크전이 종반으로 치달으면서 전후 중동이 어떻게 재편될 것인가에 세계의 시선이 쏠리고 있다. 중동 재편에서 포인트는 독재체제가 붕괴되면서 '민주화 도미노'가 일어날 것인가, 그리고 그 이면에 깔려있는 미국의 전략인 친미 아랍국가의 확대가 현실화할 것이냐이다.미국은 이라크전 승리를 친미 아랍국가의 확대로 이어가겠다는 전략을 분명히 하고 있다.
폴 월포위츠 미 국방부 부장관은 6일 폭스뉴스 NBC 등과의 인터뷰에서 이 같은 속내를 노골적으로 드러냈다. 그는 2차 대전 후 민주화한 일본이 세계 경제대국으로 떠올랐고 한국 대만 필리핀 등도 민주국가군에 진입, 번영을 구가하고 있음을 상기시키면서 이런 현상이 중동지역에서도 재현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한국에서 민주주의가 불가능할 것이라고 얘기했지만 한국인은 민주주의를 이루어냈고 20세기 후반 다른 민족들도 이를 보여주고 있다"면서 "이제는 아랍인들이 이를 보여줄 때"라고 강조했다.
7일(현지시간) 북아일랜드 벨파스트에서 열릴 조지 W 부시 대통령과 토니 블레어 영국 총리의 정상회담에서는 이 같은 중동 재편 방안에 대한 논의가 깊숙이 이루어질 것으로 보인다.
부시 대통령은 이번 주부터 이라크 국민은 물론 아랍권까지 겨냥, 민주국가 건설의 메시지를 잇따라 발표할 예정으로 알려졌다.
신보수주의자들의 아이디어 수준이었던 '중동 민주화 도미노론'은 부시 대통령이 "이라크의 민주화가 중동 민주화에 도움이 될 것"이라며 이라크전의 명분으로 삼으면서 공식 정책이 됐다. 영문학자이자 문명비평가인 에드워드 사이드 미 컬럼비아대 교수는 전쟁이 터진 직후 이집트 영자 주간지 '알 아람 위클리'와의 인터뷰에서 "이번 전쟁의 목표는 아랍의 탈 아랍화와 친미화"라고 지적한 바 있다.
'중동 민주화 도미노론'의 골자는 민주화한 이라크와 쿠웨이트 카타르를 중동의 새 축으로 삼고 사우디아라비아 터키 등 기존 우방에 대해 민주화 압력을 가하며 이란 시리아 리비아 등 반미 국가들에 대해서는 보다 강경책을 동원한다는 것이다. 나아가 중동 국가들의 친미 성향이 제고된 뒤에는 아랍과 이스라엘과의 관계를 개선해 팔레스타인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복안도 세워져 있다. 강경론자들 사이에서는 이란이나 시리아에 군사적 공격 문제도 논의되고 있다.
그러나 미국의 중동재편전략이 순조롭게 실천될지는 미지수다. 우선 이라크 주둔 미군에 의한 중동통제 방안은 아랍권의 반미 감정이 강한 상황에서는 효력이 크지 않다. 이라크의 석유를 양산, 중동국가의 석유가격 지지체제를 와해시킨다는 전략도 이라크가 전후에 조속히 안정돼야 한다는 어려운 전제를 안고 있다.
이라크전에 반대했던 러시아 프랑스 독일 중국 등 강대국들이 미국의 중동재편을 가만히 쳐다보고 있을 리도 없다. 또 미국 국민들이 이라크 전비에 이어 중동재편에 필요한 천문학적 비용의 지출을 인정할 것인지도 불투명하다.
/이은호기자 leeeunh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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