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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사랑과 전쟁" 단골 배우 장정희·한성식/"미워도 다시한번… 섣부른 이혼 안타까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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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사랑과 전쟁" 단골 배우 장정희·한성식/"미워도 다시한번… 섣부른 이혼 안타까워"

입력
2003.04.0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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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 수 많은 남녀가 백년해로를 맹세한다. 하지만 달콤하기만 한 신혼도 잠시, 결혼 생활은 가끔 전쟁 같을 때가 있다. 이혼을 결심한 부부의 갈등을 도마 위에 올려 단막극 형식으로 풀어가는 KBS 드라마'사랑과 전쟁'이 매회 시청률 30%를 육박하며 인기를 누리고 있는 것도 겉보기와는 달리 두 남녀가 만나 만들어 가는 결혼 생활이 순탄할 수 없는 현실을 반영하고 있다. '사랑과 전쟁'의 단골 출연 탤런트인 장정희(46)·한성식(40)씨가 따뜻한 봄 햇살 아래 만났다. 두 사람은 최근'인생역전'(3월7일 방송) 편에서 30억원 짜리 복권에 당첨된 후 돈을 물 쓰듯 하다가 꽃뱀에게 넘어가 당첨금을 날리고 복권 중독증에 걸린 남편 때문에 이혼 위기를 맞은 부부 역을 했다. 함께 연기하며 '누나' '동생'하는 사이로 친해진 두 사람이 '사랑과 전쟁'을 촬영하면서 느낀 점과 결혼과 이혼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장정희 같이 출연한 '인생역전'있지. 우리 시어머니가 보시더니 '저런 남자랑은 당장 이혼해야 한다'고 흥분하시더라. 그래도 나는 그 남자가 불쌍해. 없이 살아 왔던 사람이 큰 돈 생기니까 500만원짜리 애완견에 잘 알지도 못하는 비싼 그림 사 들이고 골프도 배우고 그러는 거 아니겠어? 연민이 느껴지더라구.

한성식 그래요? 누나가 나이가 들면서 이해심이 많아졌나 보다.(웃음) 하긴 사랑과 전쟁의 주인공은 좀 극단적인 면이 있지만 공감이 가요. 말을 안 해서 그렇지 세상에는 별별 사람이 다 있잖아요. 전에 자린고비 역을 한 적이 있었거든요. 외식하자면서 가족들 데리고 나가서는 절에 가서 공짜 밥을 얻어 먹이는 식이죠. '세상에 이런 남자가 어디 있어?'라고 생각했는데 방송 후 한 이웃이 저한테 조용히 털어 놓더라구요. '사실 우리 남편도 그래요'라고.

장정희 이 드라마 보면서 부부싸움도 많이 한다며? '저 남편 꼭 당신 같다' '여자가 저 모양이니 이혼하려고 하지'라며 싸운대. 싸울까 봐 아예 안 본다는 사람도 있더라. 난 어떨 때는 연기하는 게 아니라 내 생활을 보여주는 것 같아. 외박하고 들어온 남편을 바라 보는 장면에서는 정말 눈물이 펑펑 나는 거 있지. 그 심정은 겪어 본 사람이라면 다 알거든.

한성식 맞아요. 그래서 결혼한 탤런트랑 결혼 안 한 탤런트의 연기가 차이가 나잖아요. 아가씨들은 누나처럼 실생활에서 우러나오는 자연스러운 연기가 절대 안 나와요. PD들도 결혼 한 PD랑 결혼을 안 한 PD랑은 다르잖아요.

장정희 맞아. 인생역전 연출했던 김종윤 PD도 노총각이라서 그런지 잘 모르더라구. 빨리 결혼해서 부부생활의 단맛 쓴맛을 봐야 드라마 만들기도 더 편할 텐데 말이야. 왜 바람난 남편을 붙잡는 장면이 있었잖아? 원래 대사는 '그 여자가 그렇게 좋아? 그렇게 매력 있어?'라고 따지듯 말하는 거였어. 그런데 남편이 바람나면 여자는 아이 생각이 앞서거든. 내가 그런 심정을 설명하고 '나는 이혼 못 해줘. 우리에겐 아이가 있잖아'라고 즉석에서 대사를 바꿨잖아.

한성식 제가 한 역들이 다 황당하고 문제 있는 남자여서 그런지 이혼 찬반 투표를 하면 '이혼하라'는 답변이 항상 70% 넘게 나와요. 그런데 정말 이혼하는 게 서로에게 좋은 경우도 있는 것 같아요. 알코올 중독이나, 폭력을 휘두르거나, 도벽·노름 등 병적인 경우에는 이혼하는 게 낫겠다는 생각이 들던데요.

장정희 나도 그래. 내 친구 중에도 이혼한 친구가 두 명 있는데 한 명은 대단한 부자집에 시집간다고 다들 부러워 했지. 그런데 남편이 의처증이 있는 거야. 결국 이혼했는데 잘 한 것 같아. 그런데 다른 친구는 성격 차이로 이혼했는데 후회하고 있더라구. 성격 차이로 이혼하겠다는 사람은 다시 생각하라고 말리고 싶어. 노력이 부족했던 거거든. 이혼하니까 친구 얼굴이 노인처럼 변하더라. 아주 진이 다 빠져서 이제 인생 다 산 사람처럼 말이야.

한성식 살다 보면 순간적으로 '못 살겠다'는 생각 들 때 가끔 있잖아요. 저는 3대 독자인데 지금 처가살이 하고 있거든요. 연기자이다 보니까 정서적으로 섬세하고 예민한 구석이 있는데 아내나 처가 식구들이 이해해 주지 못할 때가 있어요. '나를 같잖게 보는 건 아닌가'하고 괜히 찔릴 때도 있고…. 누나도 그러세요?

장정희 결혼처럼 머리 아픈 게임이 또 어디 있겠어? 그런데 집에서 대접해 줘야 나가서도 대접 받는 것 같아. 부부 사이에 칭찬도 삼시 세끼 밥 먹듯이 잊지 말아야 하는 것 같아. 내가 순풍산부인과로 떴을 때 일 없이 집에 있는 남편(탤런트 이배국씨)을 보면 정말 미안하더라. 그래도 '나만 일해서 미안해. 당신처럼 연기 잘하는 사람한테는 더 좋은 역이 들어올 거야. 난 당신 연기가 제일 좋더라'라고 항상 추켜 세워줬어.

한성식 이혼을 다룬 '사랑과 전쟁'이 그렇게 인기인 걸 보면 요즘 이혼이 너무 흔한 일이 된 것 같아요. 너무 쉽게 이혼하잖아요. 이혼하는 게 뭐 부끄러운 일 같지도 않고…. 저도 앞으로 결혼 생활 잘 해 나가야 할 텐데 걱정이네요.

장정희 결혼 생활도 연애처럼 한다는 사람 있잖아? 내가 보기에 제일 위험한 사람들이야. 그러니까 연애하다가 헤어지듯 쉽게 헤어지지. 결혼은 연애랑은 다르거든. 꽃 가꾸듯 나무 가꾸듯 항상 조심하고 노력해야 하는 것 같아. '철들자 망령'이라고 나도 이제야 알았어. 사람들이 좀 더 일찍 깨달으면 다들 행복하게 잘 살 텐데 말이야.

/최지향기자 mist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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