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가에 사물함을 확보하기 위한 '전투'가 치열하다. 고시 열풍과 취업난 속에 매일 도서관에 나오는 학생이 늘면서 수험서와 교재를 보관하는 사물함 확보가 급선무로 떠오른 것이다.웃돈을 주고 사물함을 사는 학생까지 등장했고 각 대학 총학생회는 사물함 확충을 주요 선거 공약으로 내걸 정도다.
최근 한 대학 홈페이지 게시판에는 '대형 사물함은 8만원까지 쳐드립니다' '급한 사정이 생겨 사물함을 쓸 수 없게 됐습니다. 5만원이면 사물함 열쇠가 당신의 것'이라는 등의 글이 올라 사물함을 사고 파는 장터까지 형성됐다.
학교 홈페이지 자유게시판에 '2만 원에 사물함을 산다'는 글을 올린 연세대 치의예과 이모(20)씨는 "무거운 교과서를 들고 학교와 집을 왕래하기가 불가능하다"며 "학기 초 중앙도서관 사물함 배정 신청을 했지만 추첨에서 떨어져 부득이하게 웃돈이라도 주고 사물함을 확보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대부분 대학은 도서관에 6개월 기준으로 무료 혹은 2만원 안팎의 이용료를 내는 사물함을 갖추고 있다. 필요한 물품을 자유롭게 보관할 수 있다는 장점 때문에 사물함을 확보하기 위한 학생들의 경쟁은 치열하다. 문제는 학생수에 비해 사물함이 턱없이 적다는 것.
실제로 이 달 초 연대 중앙도서관 무료 사물함 1,500개를 6개월 동안 대여하는 추첨에 3,500여 명의 학생이 몰려 2.3대 1의 높은 경쟁률을 보였다. 고려대 총학생회에는 지난달 초 사물함 배정 추첨이 끝난 뒤에 학생들의 문의와 항의가 쏟아져 업무가 마비될 지경이었다.
한양대의 경우 사물함 추첨제도에 대한 불만이 쇄도하자 사물함 이용 기한을 2개월로 축소하는 한편 추첨제를 없애고 선착순으로 배정하고 있다. 이 대학 박모(25)씨는 "도서관 사물함을 배정 받기 위해 오전 3시부터 줄을 선 친구들도 있다"고 전했다.
고려대 총학생회 박은지 집행위원장은 "지난해 선거 때부터 사물함 문제 해결을 주요 공약으로 내걸었다"며 "학교측도 학생들의 요구를 받아들여 1,000개의 사물함을 추가 설치키로 했다"고 말했다.
한양대 중앙도서관 학생 자율관리기구인 중앙위원회 김 천(28) 위원장은 "등록금은 해마다 오르는데 학습을 위해 가장 필요한 사물함조차 충분히 구비하지 않는 학교측의 처사 때문에 매번 소란이 벌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정상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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