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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도 뭔말인지 모르고 게임하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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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도 뭔말인지 모르고 게임하니?

입력
2003.04.0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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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만 포기해라! 인간에겐 너무 가혹한 운명이다.""시간이 흐르면 말은 덧없어지는 법이다."

지난달 27일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 무사이 스튜디오. 잔뜩 '무게잡은' 목소리로 인기 가수 신해철씨가 '길티기어 이그젝스'의 캐릭터 중 하나인 '테스타먼트'의 대사를 녹음하고 있다. 긴 머리와 냉소적이고 음울한 분위기가 신해철씨와 어울린다. 녹음은 우선 일본 성우의 원래 대사를 듣고 대강의 분위기를 파악한 뒤 한글로 번역된 대본을 읽는 순서로 진행된다. 대본이 문어체이거나 어색하면 다른 말로 바꾸기도 한다. "좀 더 짧게 끊어서 다시 한번 해 주세요." 연출을 맡은 이인욱 감독의 주문이 들어온다.

게임 한글화 이렇게 한다

요즘엔 외국산 게임을 발매할 때 스포츠나 액션 게임을 제외하고는 거의 대부분 한글화 과정을 거친다. 그렇지 않으면 게이머들의 불평에 시달려야 한다. 한글화한 게임은 일부 대작 게임 뿐이고 그나마 오역과 잘못된 맞춤법이 곳곳에서 눈에 띄던 2∼3년 전과는 판이하게 달라진 모습이다.

게임 한글화 작업이 보편화했다고 해서 전보다 과정이 간단해진 것은 아니다. 오히려 더 복잡해졌다. 자막만 번역했던 예전과 달리 유명 성우를 동원해 음성까지 한글화하는 것이 요즘의 추세다. 더 공을 들여 배경음악이나 음향효과까지 새로 제작하기도 한다.

번역과 녹음이 끝나면 프로그래밍을 하게 된다. 원작 프로그램에서 텍스트나 음성이 들어있던 부분을 새로운 데이터로 바꾸고 초기 화면이나 선택 화면 등은 새로 그래픽과 프로그래밍을 해 넣기도 한다. PC용 게임의 경우 국내에서 프로그래밍을 할 수 있지만 플레이스테이션(PS2)용 게임은 일본 현지에 직접 가서 프로그래밍을 하는 경우가 많다. PS2용 게임 저작 툴이 PC와 달라 다루기 어렵기 때문. 프로그래밍이 끝나면 '마스터'라 불리는 완성된 CD나 DVD를 만들어 게임이 문제 없이 실행되는지 확인한다. 이 게임이 영상물등급위원회의 심의에 통과되면 비로소 한국어판 게임이 세상에 나오게 된다. 거의 '재창작'이 이루어지는 셈이다.

게임 한글화의 모범 '길티기어 이그젝스'

길티기어 이그젝스의 배급사인 YBM시사닷컴은 게이머들 사이에 한글화를 제대로 하는 회사로 소문났다. 지난해부터 발표한 '길티기어 젝스 플러스', '에이지 오브 미쏠로지'를 비롯해 '아머드 코어 3', '헤일로' 등이 모두 게이머들의 큰 호평을 받았다. 외국어 교육 전문업체의 특성을 살려 오래 전부터 마이크로소프트(MS)의 오피스 등 소프트웨어 한글화 작업을 해 왔던 YBM시사닷컴의 번역은 오역과 비문이 거의 없는 것으로 유명하다.

6월에 출시할 '길티기어 이그젝스'는 YBM시사닷컴이 특히 심혈을 기울여 한글화하고 있는 작품이다. 신해철과 그의 밴드들이 40곡이나 되는 배경음악을 작곡하고 있고, 녹음 기간만 해도 1개월을 훌쩍 넘는다. 액슬 역의 오인성씨, 포템킨 역의 시영준씨 등은 모두 외화와 애니메이션 등에서 활약해 온 전문 성우들이다. 특히 원작의 음악과 성우를 좋아하는 게이머도 배려해 일본어 음성에 한글 자막이 나오는 것과 음성까지 한글화한 것 중 골라서 게임을 즐길 수 있도록 한 것은 게임 마니아에게는 놀라운 일. 마치 영화 DVD와 같은 이러한 선택 사양은 게임에서는 최초로 시도되는 것이다.

최근 뒤늦게 발매한 블리자드의 '워크래프트3' 은 한글판에서 문제가 발견되고 '파이널 판타지'나 '젤다의 전설'은 일본 제작사의 사정으로 한글화가 무산돼 게이머들에게 큰 아쉬움을 남겼다. 그러나 국내 게이머들이 제대로 된 한글화 게임을 선호한다면 외국 업체들도 한글화의 중요성을 인식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최진주기자 pariscom@hk.co.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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