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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준만의 쓴소리]약한 언론, 강한 대통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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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준만의 쓴소리]약한 언론, 강한 대통령?

입력
2003.04.0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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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대통령의 언론관에 대한 비판이 무성하다. 내가 눈여겨 본 건 최고권력자가 약자(弱者) 행세를 한다는 비판이다. 대통령이 약자인가? 소가 웃을 일이다. 최고 강자다. 그러나 이런 식의 수사법은 궤변이다. 왜 그런가?성격다른 두권력 '갈등'

부시 미국대통령은 현재 세계의 최고 권력자다. 그러나 미국 내 여론이 등을 돌리는 순간 그는 전쟁을 계속할 수 없다. 아니 다음 대선에서 패배까지 감수해야 한다. 미국의 유력 언론매체들이 부시에 대해 부당하거니와 악의적인 비판을 계속해서 퍼붓고 있다고 가정해보자. 부시가 이에 대해 항변할 경우, "부시가 약자인가?"라는 반문이 타당한가?

물론 현재 미국의 유력 언론매체들이 부시와 비슷하게 호전적인 자세를 보이고 있으므로, 이것이 썩 좋은 가정은 아니다. 내가 말하고자 하는 건 지금과 같은 여론 민주주의 체제하에서 대통령의 권력과 언론의 권력은 상호 강약(强弱)을 비교할 수 있는, 같은 성격의 권력이 아니라는 점이다.

게다가 적어도 노태우 정권 이래로 대통령 권력은 박정희나 전두환 때와는 크게 다르다는 점도 간과할 수 없다. 송복 전 연세대 교수가 얼마 전 어느 월간지 인터뷰에서 한 다음과 같은 말을 참고하는 것이 좋겠다.

"노무현 당선자가 삼성을 이길 수 있나요? 노무현 정권이 조선일보를 이길 수 있나요? 이길 수가 없어요. (중략) 펀더멘털이 되어 있고, 예산의 15% 이상을 좌지우지 못하고, 노무현이 등장해도 파워 시프트 안 일어납니다. 국가가 잘못 가도록 보수 우파가 놔두지 않을 겁니다. 보수 우파는 약한 것 같아도 굉장히 셉니다."

제발 부탁한다. 대통령은 약자가 아니라는 따위의 바보같은 이야기는 그만 하자. 정작 따져봐야 할 것은 보수 우파 신문들의 노 정권에 대한 비판일 것이다. 부당하거니와 악의적인 비판을 계속 해대고 있는 건 아닌지, 이에 대한 검증이 선행되어야 할 것이다. 이러한 검증도 하지 않은 채 노 대통령의 항변에 대해 비판하거나 짜증을 내는 건 공정치 않다.

왜 그렇게들 가면을 쓰고 이야기하는지 모르겠다. 송 교수처럼 적나라하게 이야기해보자. 지금 보수 우파 신문들은 국가가 잘못 가도록 놔두지 않겠다며 사사건건 노 정권의 발목과 멱살을 잡는 식의 보도와 논평을 양산해내고 있다. 이 신문들은 군사독재 정권들을 예찬했거나 그들과 평화공존을 취했던 자신들의 과거 노선이 국가가 잘 가는 길이라고 믿고 있으니,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 노 정권과의 갈등은 어차피 불가피하게 돼 있다.

보수언론 비판 검증을

나는 노 정권이 보수 우파 신문을 이길 수 없다는 송 교수의 진단에 동의한다. 우선 지식인들만 해도 그렇다. 한국 신문시장의 패권을 쥐고 있는 보수 우파 신문들은 지식인들에게 줄 게 많은 반면, 노 정권이 줄 수 있는 건 아무 것도 없다. 지식인들에겐 보수 우파 신문이 더 강자라는 뜻이다.

한가지 제안을 하고 싶다. 노 정권과 보수 우파 신문 어느 한쪽에도 경도되지 않은 중간층 지식인들 중심으로 가칭 '언론 공정보도 위원회'를 만들자. 이들에게 완벽한 독립성을 주고 이들이 매주 발표하는 보고서를 모든 신문들에 싣고 텔레비전의 주시청 시간대에 방송하게끔 하자.

이런 특단의 방법을 동원하지 않는 한 우리는 노 정권 5년 내내 심판없는 '언론 전쟁'을 구경하다가 날이 새고 말 것이다.

/전북대 신방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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