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일 국립보건원 김문식원장은 "사스(SARS)의 국내유입은 시간문제"라고 밝혀 언론이 모두 주요뉴스로 취급했다. 불안감을 부추기는 성급한 발언일 수 있으나 사회적 충격완화를 위한 예방조처인 동시에 조기차단의 자신감으로 받아들였다.그렇다면 우리 보건당국이 사스의 방역조치를 제대로 하고 있을까. 결론은 '아니올시다'다. 지난달 28일 베이징에서 탑승, 인천공항에서 두시간여 머물다 대만으로 간 대만인 승객이 사스에 감염된 사실이 외신을 통해 처음 알려진 것은 3일 저녁. 보건원은 이미 2일 모 정보기관을 통해 이를 통보받아 알고도 "탑승당시 잠복기 상태로 전파가능성이 없다"는 이유로 손을 놓고 있었다. 그러나 이날 밤 언론의 취재가 잇따른 후에야 동승자 추적조사에 나섰다. "감염가능성은 극히 희박하다"는 해명과 함께.
4일 대만언론들이 문제의 승객이 베이징에서부터 사스 발병 상태였다고 보도한 와중에도 보건원은 이를 까맣게 모른 채 "잠복기" "2차감염 희박"만을 되풀이했다. 한국일보 등이 5일 대만 언론보도를 인용보도한 뒤 보건원은 뒤늦게 대만 당국에 이를 확인, 이날 오후 "대만인이 베이징에서부터 사스증세를 보였다"며 뒤늦게 허둥댔다. 첫 통보를 받았던 2일 대만측에 전화만 걸어봤어도 그가 '발병환자'였음을 확인하기는 어렵지 않았을 것이다.
보건원 당국자는 "대만측과 채널이 확보돼 있지 않아 실태파악을 못했다"고 구차한 변명을 하고 있다. 뒷북만 치고 있는 지금 행태로 볼 때 벌써 사스가 국내로 유입돼 감기환자로 둔갑해 있는 지도 모른다는 불신감도 드는 게 솔직한 심정이다. 전세계가 사스의 공포로 시달리는 상황에서 보건원의 대처는 참으로 한가하기만하다.
정진황 사회부 기자jhchung@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