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일 오후 일산신도시 최대 휴식처인 호수공원 한울광장 앞. 이 달 24일부터 열리는 고양세계꽃박람회를 앞두고 전시관과 부스 등 가건물 공사가 한창이다. 광장 중앙에는 형형색색의 조립식 철제판이 수북이 쌓여 이용자의 통행을 막고 있었다. 커다란 광고 표지판들은 멋대로 널브러져 있고 하얀 색 차양막은 공원 벤치와 잔디를 덮고 있다.자연학습장과 산책로가 있는 호수공원 북쪽도 마찬가지다. 설치 여부를 놓고 논란을 빚었던 '노래하는 분수대'의 기초공사가 며칠 전 시작되면서 인부들이 행락객 사이를 비집고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회사원 이모(27·일산구 풍동)씨는 "꽃박람회 가건물과 공사 차량 때문에 공원인지 공사판인지 모를 정도"라며 "휴일이라고 찾았다가 기분만 잡쳤다"고 혀를 찼다.
일산 호수공원이 우후죽순 들어서는 건축물로 신음하고 있다. 녹지가 훼손되고 번잡해지면서 조용한 휴식공간 제공이라는 원래 기능을 상실하고 있다.
늘어나는 시설물로 녹지 잠식
근린공원으로는 국내 최대 규모인 호수공원(31만3,000평)은 광활한 인공호수(9만1,000평)와 녹지대, 희귀 동식물이 있어 '자연 박물관'으로 불린다. 그러나 개장(1995년 말) 이후 건축물이 늘어나면서 녹지공간이 야금야금 잠식되고 있다. 99년에는 대규모 꽃전시관(6,500평)이, 2000년에는 호반화장실과 화장실전시관(200평) 노인종합복지관(지하1층, 지상3층, 연면적 1,400평)이 신축됐다. 2001년에는 700평 규모의 선인장전시관이 지어졌다.
가장 논란이 많은 시설은 '노래하는 분수대'. 호수공원 북쪽 1만5,000평 부지에 들어서는 분수대는 돈이 많이 들어가고 녹지를 파괴한다는 이유로 따가운 질책을 받고 있다. 27개 환경·시민단체들이 백지화를 요구했으나 고양시는 관광시설 확충을 명분으로 공사를 강행했다. 고양환경운동연합 관계자는 "1년에 150시간, 그것도 밤에만 가동하는 분수대를 245억원이나 들여 만들려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허술한 공원관리
인력이 부족하고 전담부서가 없어 공원 관리도 엉망이다. 고양시의 도시근린공원은 호수공원 등 39개소, 90만평이나 되지만 시 공원관리사업소 한곳이 관리 업무를 담당, 녹지보전에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 잡상인이나 불법 자전거 임대업자들이 설쳐도 단속할 엄두를 못낸다. 호수공원보다 규모가 작은 서울 여의도공원, 월드컵공원이 별도 사무소를 두고 효율적으로 관리하는 것과는 대조적이다. 공원관리사업소 관계자는 "호수공원은 주말에 최고 10만 명이 몰리고, 1년 관리예산만 5억원 정도가 든다"며 "일산 주민에게 쾌적한 휴식공간을 제공하기 위해서라도 전담 부서를 설치해야 한다"고 말했다.
심각한 교통난, 주차난
교통난, 주차난도 골칫거리다. 호수공원과 20m 도로를 사이에 두고 북단에서 남단에 이르는 1㎞ 구간에는 오피스텔, 주상복합건물이 대거 신축중이다. 여기 뿐 아니라 호수공원의 수려한 경관을 감상할 수 있는 곳에서는 어김없이 공사가 진행되고 있다. 또 호수공원 북단에 국제컨벤션센터, 관광숙박단지 등의 건설도 계획돼 있다. 주부 이옥자(38)씨는 "주말에 공원 주차장에 차를 세우려면 30분 이상 걸린다"며 "행정당국이 교통여건을 고려하지 않은 채 마구잡이로 건축 허가를 내줘 호수공원 주변의 체증을 부추기고 있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글·사진=송원영기자 wyso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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