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인은 오감을 모두 사용해 즐기는 음료이다. 시각 후각 미각은 물론 입 안에서 와인의 재질감을 느끼는 촉각과, 샴페인의 기포가 올라오는 소리라든지 잔을 부딪히는 소리를 즐기기 위해 청각까지 동원된다. 그래서 와인을 맛보는 일은 대단한 집중력과 섬세한 감각을 필요로 한다.우선 색을 관찰한다. 레드와인 경우 하얀 종이나 테이블보를 배경으로 45도정도 잔을 기울여서 관찰하면 좋다. 화이트와인은 잔을 눈과 같은 높이로 똑바로 들고 본다. 불순물은 없는지, 투명한지, 윤이 나는지 등이 포인트.
와인잔 가운데의 가장 진한 색상이 테두리로 가면서 어떤 변화를 하는 지도 관찰한다. 와인 색상에서 포도품종을 유추해볼 수 있으며, 테두리 색상의 변화는 숙성 정도를 가늠케 한다. 와인 잔에 붙어서 흘러내리는 와인의 눈물('다리'라고도 표현한다.)에서 와인의 점성을 짐작할 수도 있다. 물론 색상의 아름다움 자체를 감상하는 것 역시 잊지 말자.
색상 관찰이 끝났다면 향을 맡아본다. 잔을 흔들기 전 정지향에서는 와인의 기본 토대가 되는 특성을 알 수 있다. 잔을 살짝 흔든 후 향을 관찰하면 정지향보다 훨씬 풍성한 향이 감지된다. 과일향, 견과류, 식물류, 꽃향, 토양의 느낌 등 다양한 향을 찾아낼 수 있을 것이다. 그 외 불쾌한 향이 나는지 여부와 진한지 약한지(농도), 복잡 미묘한지 단순한지 등을 관찰한다.
이제 와인을 맛 볼 차례이다. 혀는 쓴맛, 단맛, 신맛을 느끼는 부위가 다르기 때문에 와인을 입 안 구석구석으로 돌려가며 와인의 맛을 느낀다. 화이트와인 경우 단맛과 신맛, 알코올이 적당히 균형을 이루어야 한다. 레드와인은 추가로 떫은 맛을 내는 탄닌이 더불어 잘 어울려있는지를 본다.
이들 요소의 균형이 어느 한군데로 튀지 않고 조화를 이룰 때 밸런스가 좋다는 표현을 쓴다. 입 안에 넣었을 때 느껴지는 무게감(body 또는 weight)이 무거운지 가벼운지를 관찰하며, 와인의 감촉도 느껴본다. 와인을 목 뒤로 넘긴 후엔 여운이 얼마나 남는 지를 관찰한다. 보통 4∼5초의 여운을 남기며, 좋은 와인은 10초 이상의 여운을 남기기도 한다.
와인을 즐길 때 항상 전문적인 테이스팅을 하라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가끔 집중력을 가지고 진지하게 와인을 맛보면 와인을 훨씬 깊이 이해할 수 있으며 즐거움 또한 커질 것이다.
/송지선·더 와인아카데미 과장 www.winenar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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