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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석제의 길위의 이야기/마상의 정복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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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석제의 길위의 이야기/마상의 정복자들

입력
2003.04.0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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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세기를 살아온 백 명 중 아흔아홉 사람은 알고 한 사람은 모를 농담. 어느 정복자가 다른 나라로 쳐들어가고 있었다. 국경의 산길은 험했고 병사들의 군장은 무거웠다. 말 위에서 지도를 보던 정복자는 지휘봉으로 앞쪽의 높다란 봉우리를 가리키며 저 산만 올라가면 적군이 있다고 했다. 병사들은 정복자가 가리키는 봉우리로 죽을 힘을 다해 올라갔다. 그런데 산을 거의 다 올라가도 아무도 없는 것이었다.병사 절반이 낙오했다. "이 산이 아닌가?" 말 위에 있던 정복자는 고개를 갸웃거리고는 다시 지도를 보기 시작했다. 이윽고 정복자는 또 다른 봉우리를 가리키며 병사들에게 총진격을 명했다. 남은 병사들이 무수한 희생자를 내가며 봉우리에 올라섰다. 맨 나중에 말을 타고 나타난 정복자는 혼잣말처럼 중얼거렸다. "이 산도 아닌개벼."

그때 이 농담이 재미있었던 것은 당시 말 위에서 지도나 들여다보는 '지도자'란 족속이 워낙 엉터리였기 때문이다. 지금 한창 전쟁을 벌이고 있는 '정복자'는 말깨나 탄 텍사스 출신이라고 하던데 봉우리나 제대로 찾고 하는 건지…. 그런데 왜 '말 탄 자'가 충청도 '양반'들 사투리를 썼지? '파병 동의'도 없었을 텐데?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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