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들어 첫 백화점 정기세일이 1일부터 시작됐지만, 발디딜 틈 없이 붐비던 예년의 매장풍경은 찾아보기 어렵다. 경기 침체에다 '사스(급성호흡기증후군) 공포'까지 겹쳐 여행업계는 줄도산의 공포에 빠져들고 있다. 가동을 중단하는 중소기업이 속출하고, 대기업들은 너나없이 투자축소, 비용절감 등 강도 높은 긴축경영에 나서 경기의 추락속도는 더욱 빨라질 전망이다. ★관련기사 A6면위기의 징후는 갈수록 악화하는 경제지표에서도 확인된다. 성장률이 4%대로 낮아지고 실업률과 물가는 4%대로 뛰어오르는 '트리플 4'가 현실화하면서 스태그플래이션(고물가 속 경기침체) 우려가 확산되고 있다. 일부 국내외 연구기관들은 3%대 성장을 기정 사실화하고 있다.
두 차례의 정부 대책에도 불구하고 금융시장의 불안은 여전히 해소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정부는 10일부터 김진표(金振杓) 경제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을 단장으로 하는 대표단을 런던과 뉴욕에 파견, 대규모 한국경제 설명회(IR)를 갖는다는 계획이지만, 북핵 위기가 해소되지 않는 한 언제 국가신용등급이 떨어질지 모르는 상황이다.
이처럼 온갖 악재가 국내 경제를 위협하고 있는데도 정부는 외부요인에만 책임을 미룬 채 별다른 대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오히려 적자재정 편성 등 경기부양을 놓고 경제부처 간에 다른 목소리가 나와 시장의 불확실성을 가중시키는 형국이다. 전문가들은 현재 상황에서 정부가 내놓은 재정의 조기 집행과 투자활성화 등외에 별다른 대안이 없다는 데는 동의하고 있다. 한국개발연구원(KDI) 신인석(辛仁錫) 연구위원은 "북핵 위기에 따른 불확실성이 큰 것은 사실이지만, 부동산가격 급등과 가계 부실화 우려 탓에 금리인하 등의 금융정책을 쓰기가 쉽지 않다"고 말했다.
그러나 정부의 경기인식이 너무 현실을 따라가지 못하는 바람에 경제 주체들의 불안심리를 해소할 수 있는 선제적 정책이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는 비난도 높다. 정부는 여전히 이라크전쟁이 끝나면 하반기부터 설비투자가 늘어나고 소비심리도 살아날 것이라는 주장을 펴고 있으나, 전문가들은 하반기 이후 경기가 더 악화할 것이라 데 의견이 모아지고 있다.
LG경제연구원 조용수(趙庸秀) 연구위원은 "이라크 전쟁이 단기간에 끝나더라도 북핵 위기와 금융시장의 불안이 상존하기 때문에 하반기 경제는 지금보다 더 악화할 가능성이 높다"며 "적자재정 편성 등을 통해 실물경제가 지나치게 하강하는 것을 막고 금융시장 불안을 조기에 해소함으로써 가계나 기업의 불안심리를 잠재우는 노력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고재학기자 goindol@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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