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흘 전, 예산의 한 초등학교 교장이 야산에서 목매 자살한 사건은 우리 교육계의 현주소를 잘 알게 해준다. 그는 기간제 여교사에게 차시중을 강요해 교권을 침해하고 전교조 비하발언을 했다는 혐의로 전교조 충남지부로부터 서면 사과요구를 받았으나 제출시한까지 사과문을 내지 않았다. 교육청 진상조사에서는 그런 사실을 부인한 바 있어 정확한 진상을 알기는 어렵다. 그는 유서도 남기지 않았다. 다만, 차시중이 문제의 발단이며 전부라면 그런 일로 목숨까지 끊게 몰아간 사람들의 책임은 무엇으로도 씻을 수 없을 것이다.■ 초등학교는 교사가 모자라 기간제 교사를 쓸 수밖에 없다. 대체적으로 기간제 교사들의 처지와 처우는 일반 교사들보다 열악하다 할 수 있다. 그런데 전교조와 교장들은 사사건건 대립하고 있다. 이번 사건은 한 자리에서 식사도 하지 않을 만큼 반목과 갈등이 극심한 교단 황폐화의 상징적인 사건이다. 예산의 초·중등교장들이 성명을 통해 "그의 참담한 결단을 내리기까지의 고뇌에 동병상련의 좌절을 느낀다"며 "그의 죽음은 한국교육 현장의 죽음"이라고 한 말에 유의해야 한다. 교장들은 전교조라면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고 있다.
■ 그러나 이미 한 달 전에 교장인사가 잘못됐다며 광주시교육감으로부터 반성문을 받아내는 전과(戰果)를 거둔 바 있는 전교조 교사들에게 차시중사건은 투쟁의 호재였을 것이다. 지금 전교조는 막강하다. 스스로 요청했던 교육부총리와의 면담약속도 "교육부총리의 귀를 막고 있는 청맹과니관료들부터 개혁하라"며 일방적으로 깨버렸다. 또 교육행정전산망(NEIS) 가동에 항의하며 찬반투표를 거쳐 10만여명이 참가하는 연가투쟁을 하겠다고 벼르고 있다. 교육개방 양허안에 대해서도 제출 철회를 요구하며 무기한 농성을 하고 있다.
■ 이상주 전 교육부총리는 퇴임하면서 전교조가 "사사건건 발목만 잡고 있다"고 비난했었다. 그런 비난과 지적이 설득력을 얻고 있는 것을 전교조는 아직 잘 모르는 것 같다. 인간교육실현 학부모연대는 최근 전교조가 주도하는 교육개혁 시민운동연대에서 탈퇴했다. 교육개혁보다 교원의 집단이기주의를 앞세운다는 이유였다. 대전학부모협의회도 정치투쟁을 중단하고 교육에 전념할 것을 촉구하고 나섰다. 반전수업에 대한 불만도 커져가고 있다. 전교조는 1989년 출범 이후 많은 기여를 해 왔지만, 점차 이념은 얻고 교육은 잃어가는 양상이다. 인간의 얼굴을 한 개혁, 독선에서 벗어난 활동이 필요한 시점이다.
/임철순 논설위원 yc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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