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의 '도시기본계획 2020'이 발표되었다. 계획목표가 '도시기본계획 2011'의 '인간중심의 살고 싶은 도시'에서 '자연과 인간, 역사와 첨단이 어우러진 세계도시, 서울'로 바뀌었다. 이것은 풍수사상에 따라 서울이 가지는 배산임수(背山臨水)의 환경적 특성을 도시기본계획과 접목했다는 점에서 상당히 중요하다. 특히 세계도시로 거듭나기 위해 서울의 역사성을 장기적 목표로 설정했다는 점은 세계화가 지역의 역사성에 기초한다는 측면에서 볼 때 괄목할 만하다.도시는 하루아침에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다. 조선시대의 도성(都城)과 주변 위성도시(동작, 마포, 뚝섬, 한남, 송파, 광진 등)와의 관계도 한강을 이용한 수운(水運)에 의한 물류이동 중심이었으며, 일제의 병참기지화 정책의 일환인 영등포 개발, 미군주둔지 용산 등 원하든 원하지 않든 역사의 흐름 속에서 도시는 발전하고 진화하는 것이다.
특히 도시의 중심인 도심과 부도심은 인위적으로 개발한다고 해서 되는 것이 아니다. 도시기본계획 2011에 대해 세밀한 검토가 없었던 언론에서는 당초의 1도심 4부심(용산, 왕십리-청량리, 영등포, 영동) 체계에 이번에 상암지역이 추가되어 1도심 5부심의 체계로 변환한다는 것을 상당히 크게 보도하고 있지만 그 내용을 세밀하게 따져보면 그렇지 않다.
도시기본계획2011을 자세히 보면 서울을 전체 4개 권역으로 구분하면서 서북생활권을 담당할 지역으로 상암지역을 선정한 가운데 2011년까지는 1도심 4부심의 체계로 가고 이후에 여건이 성숙하면 상암지역을 부도심에 추가하는 것으로 되어있다. 상암지역은 월드컵 경기장 및 DMC(Digital Media City)의 개발 등으로 인해 그 여건이 성숙했으며, 그에 따라 서북권의 중심으로 발전시킬 필요가 있어 이번에 부도심에 포함된 것으로 판단된다.
도시기본계획은 하루아침에 건설해야 하는 사업계획과는 다르다. 서울을 대상으로 20년의 장기적 전략을 수립하는 것이다. 장기적 전략에 대해 사업비 문제를 따지고 예산조달을 어떻게 하겠는가를 묻는 것은 우리 속담으로 '우물에서 숭늉을 찾는'식이다. 도시기본계획은 그 자체로 기본적인 구상이다. 이것을 시작으로 시민의견을 수렴하고, 이를 근거로 계획을 수정하고 바꾸면서 사업화를 하는 바탕이 되는 것이다.
시장의 공약 사항이 포함되어 있는 도시기본계획 2020년은 도시 발전의 틀을 마련한다는 차원에서 중요하다. 공약사항인 청계천 복원, 지역균형 발전과 관련된 사항들도 장기적인 안목에서 다루어져야 하는 게 당연하다. 단순히 민선시장의 공약사항이 포함되었다는 것으로 볼 게 아니라, 시민과 민간단체들로부터 좋은 반응을 얻고 있는 친환경 차원의 청계천 복원, 그리고 서울의 큰 문제 중 하나인 지역 불균형을 완화하는 차원에서의 지역균형 발전과 관련된 사항을 서울의 장기적 발전 계획과 연계하는 것이 중요하다. 특히 청계천 복원사업은 어떻게 친 환경적 네트워크를 구성할 것인가에 대한 논의가 필요할 것으로 판단된다.
도시는 그 시대를 사는 사람들에 의하여 만들어진다. 사람들의 생각, 정서, 필요 및 요구 등이 작용하여 도시를 만들어 간다. 이제 서울의 2020년 발전방안에 대하여 시민들의 의견을 들어야 하는 순서이다. 시민의 의견과 정서를 수렴하고 받아들여야 하는 과정이 기다리고 있는 것이다. 시민들이 개개인의 이해관계보다 거시적인 차원에서 서울의 장기적 발전방안에 대해 건설적인 의견을 모으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 서울의 장기발전 계획인 도시기본계획 2020은 결정된 것이 아니라 결정하는 과정 속에 사는 시민들에게 첫 선을 보인 것으로 생각해야 한다.
양 승 우 서울시립대 건축도시조경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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