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소녀(美少女)에 대한 일본인의 집착은 정말 못 말리는 구석이 있다. TV 탤런트, 영화배우, 가수, 잡지 모델, 심지어는 애니메이션 주인공에 이르기까지, 눈 크고 깜찍한 모습의 10대 소녀 캐릭터가 어디나 넘쳐 난다.게임이라고 예외일리 없다. 1980년대 중·후반에 유명 만화와 애니메이션을 소재로 '연애육성게임'들이 쏟아졌다. 스스로 주인공이 되어 미소녀를 사귀는 것이 대체적인 내용이다.
하지만 단순히 만나서 사귀는 것에는 만족하지 못했는지, 나중에는 아버지의 입장에서 미소녀를 키워낸다는 기발한 내용의 게임까지 등장했다. 소위 '미소녀 육성게임'의 등장인데, 그 효시가 된 게임이 91년 가이낙스가 발표한 '프린세스메이커'(프메)다.
제목에서 알 수 있듯 게임의 목적은 딸을 곱게 길러 황태자에게 시집 보내는데 있다. 아름다움은 기본이다. 다양한 수행과 교육, 아르바이트 등을 통해 딸을 지·덕·체가 골고루 갖춰진 완벽한 여자로 길러내야 한다. 바쁜 와중에도 사교 생활을 게을리해선 안된다. 황실을 뻔질나게 드나들며 문지기부터 대신, 왕비, 수행 무사에 이르기까지 폭 넓은 인간관계를 맺는게 좋다.
이렇게 10여년을 길러 18살이 되면 드디어 시집을 간다. 안타깝지만 황태자비가 되기는 무척 어렵다. 왕에게 간택돼 후궁이 되거나, 귀족이나 대신의 눈에 들어 귀부인이 되기도 한다. 이 정도면 비교적 가까이 간 편. 농부나 상인의 부인이 되는 경우가 허다하고, 정성이 부족하면 캬바레의 무희가 되거나 용에게 시집가는 일도 있다.
당시 일본게임 차트를 석권했던 이 게임은 그 여세를 몰아 미국과 우리나라에도 수출됐다. 특히 우리나라에선 속편인 '프메2'가 일본 못지않은 인기 몰이를 했다. 여기에 소개한 내용도 2편이 중심.
프메의 인기는 오늘날까지도 여전해 지난해에는 후속작 '고!고! 프린세스메이커'가 발표됐다. 인터넷에도 수많은 팬 사이트가 활동중이다. 이중 '깅아의 프메2 따라잡기'(ginga23.mytripod.co.kr)는 방대하고 다채로운 자료로 유명하다. 최근에 나온 4편까지 포함해 프메 시리즈는 총 6편이 넘는다. 프메3 이후의 후속작은 게임CD 전문점에서 구할 수 있다.
/정철환기자 plomat@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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