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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일가족 3명 동해안으로 귀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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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일가족 3명 동해안으로 귀순

입력
2003.04.0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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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일가족 3명이 목선을 타고 동해안으로 귀순했다. 북한 주민이 배를 타고 동해안으로 귀순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6일 새벽 4시15분께 강원 강릉시 주문진항 앞바다 2마일 해상에서 선명이 없는 목선(일명 전마선)이 표류중인 것을 고기잡이 나가던 어성호(4.5톤급) 선장 진철수(47)씨가 발견했다. 길이 5m, 폭 2m의 이 전마선에는 북한 주민 김정길(46·양봉업·함경남도 라원군 라흥구 90)씨와 동생 정훈(40·어부)씨, 김정길씨의 아들 광혁(20)씨 등 3명이 타고 있었다. 그러나 이들이 탄 목선의 스크루가 유자망 그물에 걸려 어민들에게 발견되기까지 군·경이 이 사실을 전혀 모르고 있었던 것으로 드러나 동해안 경계에 또다시 허점이 노출됐다.

발견순간 북한 주민들은 속초해양경찰서 주문진파출소 김호연(경위) 소장 등에게 즉각 귀순의사를 밝혔다.

이들은 기름에 찌든 짙은 색의 옷을 입고 있었으며 추위를 견디려는 듯 흰 소금포대를 쓰고 있었다. 배에는 먹다 남은 것으로 추정되는 주먹 크기의 돼지고기와 나무연료, 20㏄짜리 기름통 2개, 배낭, 소금포대, 기름에 찌든 체육복바지 등이 있었으며 배에는 경운기 엔진을 얹었다.

귀순동기와 탈출과정 일가족 3명을 합동 신문한 당국에 따르면 김씨는 양봉업자로 2000년 김 위원장 60세 생일을 맞아 꿀 60톤을 채취할 것을 지시 받았으나 이행하지 못해 같은 해 7월초 북한 당국에 체포돼 강제 수용되면서 불만을 가졌던 것으로 알려졌다. 김씨는 2001년 11월 면회온 동생 정훈씨가 "더 이상 북에서는 가망이 없으니 남으로 가자"고 제의, 귀순 결심을 했으며 체포 당시 구타당했던 낭심 부위가 악화해 2002년 7월 출소한 뒤 탈북을 준비해왔다.

김씨 등은 지난 3월31일 함남 라원군 라흥구에서 평소 동생이 알고 지내던 선박 소초장에게 3일간 배를 사용하게 해주면 성게를 잡아 돈으로 주겠다고 한 뒤 지난 2일 오후 6시께 라흥구 76어로작업장에서 3명이 함께 배를 타고 빠져나왔다. 그는 남쪽으로 항해 중 4일 오후 9시께 기관고장으로 표류했으며 5일 오전 9시께 수리 후 다시 남쪽으로 향하다가 주문진항 등대를 발견하고 항해 중 어민들이 쳐놓은 유자망 그물에 스크루가 걸리면서 6일 새벽 어민들에게 발견됐다. 82시간에 걸친 대 탈출극이 막을 내리는 순간이었다.

/강릉=곽영승기자 yskwa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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