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스 디터 겔페르트 지음·이미옥 옮김 에코리브르 발행·1만1,000원특정 국가의 전형을 제시하면 그것은 우연히 다양한 성향 가운데 몇 가지를 선택한 편견일 뿐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대부분이다. 베를린 자유대학 영국학과 교수를 지낸 저자 역시 그 점에 동의한다.
하지만 그는 미국은 거기서 예외라고 생각한다. 미국인들이 보여주는 집단 행동이나 사고에는 그런 전형적 성향이 적나라하게 나타나기 때문이며 그들 스스로 그런 성향을 지니고 있음을 인식하고 있다는 게 저자의 주장이다.
그가 말하는 미국의 전형이란 도대체 어떤 것인가. '진정한 미국인이란 스스로 미국인이라고 의식하는 모든 시민을 말한다. 고향이 어디든 미국으로 이주한 많은 사람은 얼마 후 그렇게 느꼈고 오늘날에도 그렇게 받아들이고 있으므로 미국이란 나라의 전형적 특징은 도처에서 그리고 모든 사람에게서 찾아볼 수 있다.'
독일 학자답게 그는 미국의 특질을 유럽과의 대비에서 찾는다. 유럽에서는 보수적 자화상과 개혁적 자화상 사이에 벌이는 경쟁이 전형적인 모습이다. 하지만 미국에서는 하나의 자화상에서 경쟁이 일어난다. 그래서 미국은 한편으로 그 어느 나라보다 일치된 모습을 보여주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보수적이면서도 동시에 개혁적이다. 이 점이 지금 미국인에게서 발견할 수 있는 가장 중요한 특징이다.
이런 기질은 미국인의 사고와 느낌을 지배하는 두 가지 뿌리인 청교도주의·계몽주의와 관련이 있다. 특히 루터파 신교도와 달리 신약성서가 아니라 구약성서를 지침으로 삼는 청교도주의자는 자신들의 신이 선행을 보상하는 인자한 분이 아니라 신비스러운 여호와라고 생각한다. 따라서 미국인은 자신들이 신으로부터 '악을 물리치는' 특별한 임무를 부여받았다고 확신하고 있다고 저자는 지적한다.
1845년 당시 격월간으로 나오던 '유나이티드 스테이트 매거진 & 데모크라틱 리뷰'의 존 오설리반 기자가 지금 토박이 미국인의 윗세대인 유럽 이주민이 인디언에 베푼 행위를 두고 쓴 기사의 한 대목에서도 이런 점을 확인할 수 있다. '우리가 대륙으로 건너와 매년 수백만 명에게 자유롭게 발전할 가능성을 열어주는 것은 어쩌면 하늘이 우리에게 부여한 명백한 운명인지 모른다.'
책은 미국인의 신화가 되어 있는 '가능성' '풍요' '성공' 등의 의미를 설명하고 자유에 대한 사랑―도덕적인 엄격함 이상주의―물질주의 정부에 대한 적대―애국주의 쾌락주의―금욕주의 등 미국인에 내재한 모순 20여 가지를 꼽아 설명하고 있다. 미국은 어떤 나라이며 미국인은 어떤 사람인지 체계적으로 이해하기에 좋은 책이다.
/김범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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