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유력 당권주자들의 아전인수(我田引水)식 여론조사 흘리기가 정말 가관이다. 호기심을 자극하는 티저광고와 비교광고 수법 등 은밀하고 다양한 방법이 동원된다.당직자들은 "전당대회 일정과 대의원도 확정되지 않은 마당에 무슨 의미가 있느냐"며 코웃음을 친다.
사례1. "당신만 알고 있어."
서청원 대표측 관계자가 최근 기자에게 전화를 걸어왔다. (나지막한 목소리로) "주변에 누구 있어? Y리서치에서 지난 해 대선후보 경선 대의원 1,025명에게 여론조사를 했는데, 참고로 알고 있어." 서 대표가 2위보다 5%포인트 앞선 1위라는 것이었다. 몇시간 뒤 기자실엔 이 사실을 모르는 사람이 없었다.
사례2. "내가 1등이야."
최병렬 의원은 최근 기자 몇명과의 저녁식사 도중 불쑥 호주머니에서 쪽지 한장을 꺼냈다. 측근인 박성범 서울 중구지구당위원장이 지역구 유권자 1만2,000여명을 대상으로 실시했다는 여론조사 수치였다. 최 의원이 2위 주자보다 5%포인트 앞서는 내용. 그는 짐짓 무심한 표정으로 "중구는 역대 선거에서 여야 득표율, 유권자 출신지역 분포면에서 전국 평균과 거의 닮았다"면서 신뢰도를 부각시켰다.
사례3. "난 언론이 인정한 몸."
강재섭 의원은 한 주간지의 여론조사 결과를 홈페이지에 큼지막하게 내걸고 공개적으로 우위를 강조하는 스타일. 대의원 500명 대상 여론조사에서 차기 당 대표와 대선 후보감으로 자신이 1등이었다는 게 골자다.
측근들은 한술 더 떠서 "A리서치의 대의원 조사결과 단순지지도와 당선가능성에서 우리 영감이 모두 1등을 했다"고 자랑한다.
/김성호기자 sh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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