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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라크 전쟁/뱃속 아이도 고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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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라크 전쟁/뱃속 아이도 고통

입력
2003.04.0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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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태어나지 않은 미래의 세대에게도 바그다드는 지옥이다.밤 낮 없는 폭탄 세례를 받으며 위태롭게 버텨야 하는 임신부들 사이에서 유산, 조산, 사산은 다반사가 됐다. AFP 통신은 미군의 '이라크 자유 작전'이 빚어낸 임신부들의 고통을 힌드라는 22세 산모를 통해 생생하게 전했다.

3일 바그다드 중심가 하야트 병원의 작은 침대에서 방금 출산을 마친 힌드가 연신 신음 섞인 호흡을 뱉어내며 억지로 아픔을 참고 있었다. 원래 출산예정일은 한달 이상 남았는데 갑자기 배가 아파와 어머니와 함께 병원으로 달려왔다. 결국 제왕절개를 했고 수술 후에는 저혈압과 호흡곤란에 시달리고 있다. 힌드는 너무 아팠지만 이날 늦게라도 집으로 돌아가길 원했다. 매일 같이 이어지는 폭격 속에서 남편, 아들과 떨어져 있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

힌드는 딸 아이의 이름을 이라크군의 작전명 '결전(決戰)'을 본따 마라카트 알 하와셈이라고 지었다. 무사한 아기를 보고서야 안정을 되찾았다. "전쟁에서 이라크에 행운이 오기를 기원하는 뜻에서 그런 이름을 붙였어요." 아기를 바라보는 얼굴에는 얼마만인지 모를 미소가 흘렀다.

가톨릭 도미니크 병원 운영자인 버스라 수녀는 개전 이후 유산과 조기출산, 제왕절개가 급증하고 있다고 말했다. 24시간 계속되는 불안, 폭격으로 인한 정신적 쇼크, 공포감 등이 임신부에게 혹독한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이다.

"미국이 아무리 해방전쟁이라고 우겨도 태어나지도 못한 아이들을 죽이고 병원까지 폭격한다면 이를 어떻게 받아 들일 수 있겠습니까?" 이 병원 마취과 의사 사드 소크라트는 이렇게 반문했다.

/이은호기자 leeeunh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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