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살아 있다는 것에 대해 어떤 마음을 가져야 할지 잘 모르겠습니다. 호텔, 정수장, 병원 등 정말 '안전한 곳' 만 골라서 디디고 있는 것은 아닌지, 처음의 눈물과 절박함과 기도를 잊고 사는 건 아닌지…."미영 연합군의 바그다드 입성이 초읽기에 돌입한 가운데 바그다드에 홀로 남은 유은하(29·여·사진)씨가 4일 오전 자신의 홈페이지(withyoo.cyworld.com)에 최근 근황과 복잡한 심경을 알려왔다.
현지 통신센터가 연합군 폭격으로 파괴돼 전화, 이메일 등 연락수단이 두절된 유씨는 3일 입국한 배상현(28)씨를 통해 디스켓으로 '아홉번째 편지'라는 제목의 글을 전했다. 유씨가 보낸 편지에는 지난달 28일(현지시간)까지의 소식이 담겨있다.
유씨는 편지를 통해 "29번째 생일을 맞은 지난달 28일 바그다드 시내에 밤새 폭격이 이뤄져 숙소(알파나르 호텔)에서 지하 방공호로 피했다"는 말로 현지의 위기감을 대신했다. 그는 또 "이곳 반전평화팀원들이 '항상 비밀경찰과 함께 움직이고 단독행동을 하지 말며, 밤 10시 이후에는 숙소를 벗어나지 말라'는 내부 지침을 정했다"며 현지의 긴박한 상황을 전했다. 그러나 유씨는 한편으로는 "사람들이 수없이 죽거나 다치고 있는데 전쟁 중에 생존 방법을 터득하며 스스로 느슨해진 것은 아닌가"라고 자문하며 '살아남은 자의 자책감'을 토로하기도 했다.
배상현, 임영신씨와 함께 '국군 파병시 대한민국 국적 포기' 입장을 밝힌 것으로 알려진 유씨는 국내 친구와 지인들에게도 기도를 부탁하며 글을 맺었다.
/이준택기자 nagn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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