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정부의 인사태풍이 곧 공기업에도 불어 닥치게 된다. 노무현 대통령이 공정한 인사시스템 마련을 지시하고, 청와대가 인사대상과 일정, 인사기준에 대한 세부 검토에 들어갔다. 공기업은 정부 산하단체나 국책연구소, 정부재투자기관 등 400여 곳에 달할 만큼 방대하면서도 부실과 비효율의 대명사가 된 게 현실이다. 개혁무풍지대로 안존하고 있다는 비판도 여전하다.노 대통령은 공기업 인사에서 논란을 빚어오던 낙하산 인선에 대해 "적재적소가 중요하다"며 기계적인 잣대를 부정했다. 공기업은 사업특성에 따라 공익성과 경영수익성, 효율성의 중요도가 제각각 다르다. 다른 정부인사도 마찬가지지만 일선 사업기관이라는 점에서 적재적소의 인선이 더욱 중요하다. 노 대통령은 적재적소라면 낙하산 형식의 인선이라도 구태여 배제할 이유가 없다는 취지를 강조한 것으로 이해할 수 있지만 그럴만한 인사토양이 되느냐는 점은 의문시된다.
공기업인사는 정권이 바뀔 때마다 집권전리품 나누기 정도의 대상으로 여겨져 온 것이 과거의 악습이다. 이번 정권 경우에도 예외가 아니어서 민주당은 공기업쪽으로 배려해야 할 당 인사들을 청와대에 건의하려다 이미 말썽을 빚은 적이 있다. 이번 인사에서 이런 구습과 정치적 관행이 반복되지 않으리라는 보장을 아직 어디서도 찾을 수 없다. 때문에 적재적소의 원칙과 무관한 낙하산 인사가 나올 소지가 적지 않다.
산하인사에서 대통령과 정부의 직접개입이 무리를 몰고 올 가능성은 KBS사장 인사파동의 예에서 드러나 있다. 다면평가니, 개방형 충원이니 하는 새로운 시스템도 좋지만 또 하나의 인사실험에 그쳐서는 곤란하다. 공정성과 투명성, 전문성이 실제로 확보되는 내용을 만들어내지 못한다면 새 제도는 허울에 불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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