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아라 피터팬.3일 프로농구 챔피언결정 1차전이 끝난후 '피터팬' 김병철(30·185㎝·사진)이 손에 쥔 성적표는 너무 초라했다. 대구동양 창단멤버로 올시즌 주장을 맡은 그는 끈끈한 리더십을 앞세워 팀을 정규리그 2연패로 이끈 주역이다.
4강 플레이오프에서도 그의 활약은 빛났었다. 악착 같은 수비로 상대의 주득점원을 꽁꽁 묶었고 공격에서는 시원한 3점포로 승부의 물꼬를 트는 등 정규리그 최우수선수(MVP)다운 면모를 유감없이 과시, 챔프전에서의 맹활약을 예고 했다.
하지만 1차전 성적표는 5점 3리바운드. 트레이드 마크인 3점포는 3개를 던졌지만 모두 빗나갔고 전반에는 무득점에 그치는 수모를 당했다. 경기후 동양의 김 진 감독이나 TG의 전창진 감독은 모두 김병철의 부진이 승패를 갈랐다고 분석했을 정도였다.
TG 전창진 감독은 챔프전을 앞두고 마르커스 힉스와 김병철만 막으면 승산이 있다고 공공연하게 말했다. 결국 TG는 힉스에게는 평균치인 28점을 내주었지만 정규리그서 경기당 17.5점을 넣었던 김병철을 5점으로 묶음으로써 승리의 방정식을 도출해냈다.
김병철은 이날 TG 양경민(31·193㎝)에게 묶여 수족이 잘렸다. 번개 같은 가로채기도 절묘한 어시스트도 전무했다. 전반까지 무득점이었다가 3쿼터 중반 겨우 자유투로 첫 득점을 했다. 김병철은 1차전에서 2점슛 3개와 3점슛 3개를 시도하는데 그쳤다. 반면 김병철의 매치업 상대이자 내로라하는 3점슈터인 양경민은 3점포 4방으로만 12점을 기록해 명암이 엇갈렸다.
용산고 1년 선후배 사이인 김병철과 양경민의 공수대결은 챔피언결정전 내내 계속될 전망이다. 양경민은 김병철보다 8㎝나 큰 데다 99∼2000시즌, 2000∼2001시즌 연속 우수 수비상을 수상할 정도로 수비의 달인이다.
김병철이 양경민에 대한 타개책을 찾지 않는 한 대다수 전문가들이 동양의 우세를 점쳤던 것과 달리 챔프전은 의외의 방향으로 흘러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번 시즌이 끝나면 자유계약선수(FA)로 풀리게 되는 김병철은 챔프전에서의 활약이 재계약의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어서 이래저래 고민이 적지 않다.
동양 우승의 바로미터가 된 김병철이 1차전에서 드러난 숙제를 어떻게 풀어나갈지 주목된다.
/대구=여동은기자 deyu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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