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소 긴장되더라도 내가 언론과 합리적인 관계를 만들면 변화를 일으킬 수 있는 계기가 되지 않겠습니까."노무현 대통령은 4일 오후 청와대 정원 녹지원에서 출입 기자 90여명과 가든파티를 가진 자리에서 이렇게 말했다. 그는 "세상 전부를 바꿀 수는 없겠지만 내가 일하는 영역에서라도 원칙대로 해보고 싶다"고 덧붙였다.
노 대통령은 "어떤 사람들은 '근본적 정책을 내놓지 않고 째째하게 기자실 어쩌고, 오보니 그런 것 하냐'면서 실망들을 한다"며 "그러나 나는 정부가 제재를 하거나, 전선을 확대하는 것에 대해서는 아직 부정적이다"고 말했다.
그는 "언론 문화는 언론과 국민 스스로에 의해 하나의 시대 기운처럼 일어나야 한다"며 "야당 할 때는 이런 저런 제도를 하자고 떠들었지만 대선을 치르고 나서는 정부가 너무 앞장서 깃발을 흔드는 것이 꼭 언론발전에 도움되는 것은 아니라는 생각을 갖게 됐다"고 덧붙였다. 그는 "기자 여러분이 불편하더라도 '제 딴에는 잘 해 보겠다고 저걸 원칙이라고 하는데 한 번 도와주자'라고 너그럽게 이해해 달라"며 "처음에는 불편하더라도 나중에는 당당하게 '한국의 취재문화는 이렇다'고 말할 수 있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노 대통령은 "다른 약속이 잡혀 있어서 인사말만 하고 가겠다"며 "내가 이렇게 말하니 기자 여러분들은 속마음으로 '얼른 가십시오, 별로 반갑지도 않은데. 오래 얘기하다 무슨 사고 치려 그러십니까'라고 생각할지 모르나 나중에 보면 대체로 사고가 아닐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또 떠날 때는 "소주 한잔 먹고 한 두어 건 실수하고 가야 속이 풀리겠는데…. 사실 그게 내 취미다"며 "이제 대통령이어서 실수하면 안 되고 참 어렵다"라고 말해 웃음을 자아내기도 했다.
이날 청와대의 기자단 초청은 새 정부 출범 직후 기자들의 청와대 비서동 출입을 금지한 뒤 첫 개방이었다. 때문에 출입기자 대부분은 이날 처음으로 청와대 내부 구조를 볼 수 있었다. 문희상 비서실장은 인사말에서 "나도 하루 5갑씩 피우던 담배를 끊을 때는 금단현상 때문에 힘들었지만 지금은 아주 좋다"며 새 정부의 언론정책에 대한 기자들의 이해를 구했다.
/고주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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