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가 최근의 경제 상황을 IMF 외환위기에 버금가는 위기 국면으로 규정하고, 경제 살리기가 정부 정책의 최우선 순위가 되어야 한다고 강조한 것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요즈음 경기가 '외환위기 때보다 상황이 더 좋지 않다'는 지적은 이미 구문이 됐을 정도지만, 재계 대표들이 이를 공식적으로 언급한 것은 위기 상황은 갈수록 심화하고 있지만 정부가 이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하고 있는 현실에 대한 불만 표시로 볼 수 있다.더 큰 문제는 "정부와 기업간에 경제 상황에 대한 견해 차이가 있다"는 재계의 지적이다. 정부가 현 상황을 너무 안이하게 인식하고 있다는 것으로, 정부 정책에 대한 의구심이나 불신이 아직 해소되지 않고 있음을 보여 주고 있다.
기존의 국내외 각종 초 대형급 악재들에 '사스'라는 예상 외의 질병마저 가세해 경제는 더욱 어려워질 전망이다. 정부와 재계가 의견을 같이 해도 난관을 극복하는 과정에서 구체적인 방안을 둘러싸고 갈등이 예상되는 판에 양측의 현실 인식에 큰 괴리가 있다는 것은 우리 경제에 또 다른 어두운 그림자를 던져주는 것이어서 걱정스럽다.
경제 5단체가 발표한 '경제난 극복을 위한 경제계 의견'은 한 마디로 정부가 기업들의 투자를 촉진하고 경제 불안심리를 해소하는데 총력을 기울여야 한다는 것이다. 이는 경기 부진을 틈타 각종 개혁을 피해가기 위한 전략일 수 있다. 또 국가 경제를 볼모로 한 집단 이기주의적 행동이라는 비판을 받을 수 있다. 하지만 왜 이런 요구가 제기됐는지 정부는 그 이유를 냉철히 따져 봐야 한다. 위기 상황일수록 정책의 방향을 명확히 하는 것이 무엇보다 필요한데, 미흡한 점이 없었는지 점검해야 한다. 재계는 스스로 위기 상황이라고 선언한 만큼 이에 걸맞게 행동을 해야 하는 책임을 안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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