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1년 여 만에 나라종금 퇴출저지 로비의혹에 대한 '내사 재개'를 선언하는 형식으로 사실상 재수사 뜻을 밝혔다. 그동안 나라종금의 정치권 로비 정황을 발견하고도 관련자들의 도주, 정치자금법상 처벌시효(3년) 만료 등을 이유로 수사에 미온적이었던 태도를 바꾼 것이다. 검찰 주변에서는 이 사건에 민주당 구주류 인사들이 대거 연루돼 있다는 소문이 파다해 이번 수사가 또 하나의 게이트로 비화할 여지도 없지 않다. 검찰도 이 점을 의식해 아직은 "수사재개가 아닌 내사재개"라고 일단 선을 긋고 있다.검찰의 수사 재개는 국민적 의혹을 해소하고, 검찰 신뢰를 높이겠다는 수뇌부의 의지가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이번 조치는 대검 산하 공적자금 합동단속반이 1일 중수1과에서 중수3과 체제로 전환하고, 3일 송광수 신임 검찰총장이 취임한 뒤 방향을 급선회한 것이다.
수사를 통해 검찰이 규명할 의혹들은 먼저 두 번이나 영업정지된 나라종금에 2조원대의 공적자금이 투입되는 과정에서 민주당 고위인사들이 개입해 거액을 챙겼는지 여부이다. 2001년 국감에선 보성그룹측이 수백억원을 정치권에 뿌렸다는 의혹과 함께 정치인 H, P씨 등의 이름이 거론되기도 했다. 이와 함께 검찰은 노무현 대통령의 측근 A, Y씨 두 사람의 자금수수 의혹도 풀어야 한다. 검찰은 지난해 6월 보성그룹 계열 LAD의 최은순 전 대표로부터 "1999년 8월경 보성그룹 김호준 전 회장의 지시로 A씨에게 2억원, Y씨에게 5,000만원을 건넸다"는 진술을 확보한 바 있다. 하지만 최씨의 진술 외에 돈이 흘러간 물증이 없고, 또 최씨의 진술만으로 기소한 김 전 회장의 횡령혐의에 무죄가 선고됐다며 수사는 미뤄왔다.
검찰은 우선 A, Y씨의 의혹을 규명하고, 나라종금의 전방위 정치권 로비의혹을 조사한다는 방침인 것으로 알려져, 조만간 두 사람에 대한 소환조사가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검찰이 A, Y씨에게 돈이 전달된 정황과 사용처까지 확보한 것으로 알려지고, A씨 등도 검찰에 출두해 사실을 밝히겠다고 말하고 있어, 수사는 예상보다 빨라질 수도 있다. 수사관계자는 "의혹이 있으면 있는대로, 없으면 없는대로 순리를 밟아 처리하겠다"고 원칙수사를 강조했다.
/이태규기자 tglee@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