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는 취임 후 최악의 날이었던 것 같다."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이 3일 오전 청와대 수석·보좌관 회의를 시작하면서 한숨과 함께 내뱉은 말이다. 서동구(徐東九) KBS 사장 인선 파동으로 마음고생이 심했던 듯 얼굴에는 그림자가 드리워져 있었고 표정도 침울했다.
매사에 의욕적이었던 대통령의 입에서 이 같은 탄식이 나오자 참모들도 당황했다. 노 대통령은 검찰총장 임명장 수여식에서도 "참여정부라는 이상한 명칭을 가진 정부가 인사절차를 복잡하게 해 여러 사람을 힘들게 한다"고 말해 편치 않은 심경을 드러냈다. 그는 2일 국회 연설에서도 "거짓말한 것 처럼 되어 낯이 뜨겁다" "난감하다"고 말했다.
노 대통령이 참담한 심경을 토로한 것은 무엇보다 자신의 진솔함이 의심을 받고 있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국회 및 기자간담회에서 직접 해명하고 노조와의 대화했는데도 사태가 해결되지 않는데 대한 실망감도 컸다. 이해성(李海成) 홍보수석은 "어제는 노조가 너무 심했다. 대통령이 그 정도로 성의를 갖고 얘기했으면 받아줘야 하는 것 아니냐. 노사협의회도 아니고 대통령이 저래야 하나 싶었다"며 불편한 심기를 간접 전달했다.
노 대통령은 우군(友軍)으로 믿었던 노조와 시민단체가 파병안과 인사문제에 대해 진심을 몰라주고 정면 비판하고 있는 데 대해서도 마음의 상처를 받고 있다는 전언이다.
'최악의 날' 이라는 말에는 자성하는 의미도 있는 것 같다. 노 대통령이 직접 사태해결에 나선 것도 "참모들의 잘못이 아니라 내가 주도한 일"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라고 한다. 청와대 관계자는 "노 대통령의 성격으로 보아 스스로 '내 불찰'이라며 실수를 인정하는 게 쉽지는 않은 일"이라고 말했다.
/배성규기자 vega@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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