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전 한 법조계 인사를 만났더니 대뜸 "요즘 법조계가 동맥경화에 걸렸다"고 말했다. 변호사 시장은 불황에 빠졌고, 법원이든 검찰이든 '자리는 없는데 사람만 많아서' 골치거리라는 것이다. 변호사 시장만 좋아져도 신진대사가 이뤄질텐데 요즘은 개업하려던 판·검사들도 눌러 앉기로 마음을 바꿔 먹는 사람들이 많아졌다는 이야기도 심심찮게 듣는다.요즘 법원과 검찰이 잇따라 직제 및 조직 개편안을 쏟아내고 있다. 검찰은 중간 간부급 검사들을 고검으로 배치해 수사를 하도록 하는 '전문부장검사제'를 도입했고, 법원은 고법부장이하 '단일호봉제' 도입을 서두르고 있다.
나아가 법원과 검찰은 서울시내 4개 지청과 지원을 지방법원과 지방검찰청으로 승격을 준비중이다. 업무량이 많고 조직이 비대화해진데 따른 처방 이라고 하나 한꺼풀만 벗기면 '자리 늘리기'를 위한 고육책으로 볼 여지가 많다.
검찰의 조직개편사는 '자리늘리기의 역사'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서울지검은 부서수가 점점 늘어나 지금은 24개 부다. 그러나 부원은 고작 4∼5명(부부장 포함)인 기형적 구조이다.
차관급인 검사장 이상 자리만 해도 40곳이고, 법원은 역시 차관급인 고법부장 이상 자리가 100명 남짓하다. 지원과 지청이 승격되면 또 자리가 늘어난다. 중간 간부 검사들까지 '전문부장검사'로 남고, 고법부장 승진에서 누락한 판사들도 '높은 호봉'을 유지하며 남게 된다. 뒤집어 보면 이들은 공무원이다. 봉급은 세금에서 나간다.
그렇다면 국가재정이 지출하는 '법조 비용'은 크게 늘어날텐데 과연 이것이 바람직한 방향인지 공론은 없다. 법조계의 동맥경화 현상은 더 심해질텐데 이런 임시방편으로 얼마나 견딜 수 있을지 의문이다.
/이태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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