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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시론]경제가 급선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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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시론]경제가 급선무다

입력
2003.04.0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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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라크 전으로 나라 안팎이 동요하고 있다. 신문과 TV는 연일 이라크 전황과 반전시위 열풍에 대한 보도로 가득 차 있다. 이러한 국제정치 흐름의 물밑에 우리 경제 상황은 계속 악화하고 있는데도 정책당국은 명확한 대책을 제시하지 못한 채 개혁구호를 외치고 있어 국민들을 답답하게 만들고 있다. 이라크 전이 종식되고 세계인이 안도의 축배를 들 때, 우리는 이 어두운 그림자의 실체에 비로소 직면하여 그것과 심각한 전쟁을 벌여야 할지도 모를 일이다.현재 우리 경제의 주된 문제는 실물부문에서 소비와 투자, 수출이 크게 위축된 가운데 금융부문 또한 매우 불안정하다는 점이다. 최근 통계청이 발표한 자료를 보면 도소매 판매지수가 2월 들어 전년동월대비 1.8% 감소했다. 도소매 판매지수가 감소세를 기록한 것은 1998년 12월 이후 처음이며, 이는 국내 소비가 얼마나 위축되어 있는가를 확연히 보여준다.

생산과 출하는 다소 증가했다. 문제는 생산된 물건 중 팔리지 않고 창고에 쌓이는 재고의 증가가 더욱 컸다는 점이다. 상품을 만들어도 팔리질 않으니 기업하는 사람들의 심리가 크게 위축되는 게 당연하다. 4월 중 기업경기실사지수(BSI)는 81.0으로 외환위기 이후 사상 최저치이다. BSI가 100미만이면 기업인들이 경기전망을 좋게 보지 않는다는 뜻인데, 수치가 말해주듯 현재 기업하는 사람들은 경기를 매우 비관적으로 보고 있는 것이다. 수출 전망 또한 밝지 않다. 지난 2월 경상수지도 적자를 기록함으로써 작년 12월 이후 경상수지 적자가 3개월 연속으로 지속되고 있다. 이것은 대외신인도에 나쁜 영향을 미친다.

실물 뿐 아니라 금융부문도 불안하다. 금융부문의 불안은 실물부문의 위축을 증폭· 확산시킬 수 있기 때문에 더욱 세심히 관찰하고 대책을 세워야 한다. 주지하다시피 종합주가지수는 540대에서 힘없이 넘어져 일어날 기미를 보이고 있지 않다. 맥없이 무너져 있기는 코스닥 지수도 마찬가지이다. 환율도 1,200원대 중반에서 내려올 기색이 없다.

유가는 아직 우려했던 만큼 큰 폭으로 오르지는 않았지만, 전쟁이 장기화할수록 상승할 가능성이 높다. 아직 유가의 상승이 본격화하지도 않았는데 3월 중 소비자물가는 전년동월대비 4.5%나 상승하였다.

가장 큰 문제는 민간부문의 부채 규모이다. 경제는 여러 단위들이 얽혀 있는 매우 복잡한 시스템이고, 민간부문 부채는 이 복잡한 네트워크에서 한 단위의 도산을 다른 단위로 전파하는, 즉 위기를 구성하고 전파하는 링크의 역할을 한다.

최근 경제상황이 악화하면서 '신용위기'가 전개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대기업의 경우에는 SK글로벌 사건과 북핵 문제의 지속에 따른 대외신인도 하락 가능성에 대한 우려가, 중소기업의 경우에는 경기침체로 인한 매출감소 등이 신용위험을 높이고 있다. 가계부문에서는 경기회복 지연과 실업률 증가로 인한 소득감소, 부동산 가격상승세 둔화로 인한 담보가치 하락 가능성, 그리고 이를 해소하기 위한 추가적인 부채조달의 증가 등이 신용위험을 크게 높이고 있다.

이는 근거 없는 우려가 아니다. 한국은행의 최근 자료에 의하면 기업과 가계의 신용위험을 나타내는 신용위험 대출태도지수(DI)가 이미 1분기 17에서 2분기 34로 대폭 증가했기 때문이다.

이라크 전쟁이 장기화할수록 유가상승 문제가 우리 경제를 더욱 어렵게 만들 것이다. 소비와 수출이 어렵다면 경기회복의 돌파구를 당연히 투자활성화에서 찾아야 한다. 특히 설비투자가 증가해야 그것이 경제성장의 동력이 되며 성장잠재력을 배양하는 것이다.

대통령은 우리 경제를 회복시키기 위해 다각적으로 노력해야 한다. 맥없이 쳐져 있는 소비심리와 투자심리를 살리기 위해 현장의 애로사항들을 점검하고 이를 지원하기 위한 조치들이 무엇보다 시급하다. 이제는 정말 시선을 경제로 돌려야 한다.

조 하 현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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