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빈필공연 리뷰/화려한 잔치에 "맛없는" 차림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빈필공연 리뷰/화려한 잔치에 "맛없는" 차림

입력
2003.04.04 00:00
0 0

빈 필하모닉 오케스트라가 무대에 등장하자 평소에는 개방하지 않는 합창석까지 가득 메운 3,000여명의 청중의 호흡이 일순간 멎었다. 주빈 메타의 지휘봉이 움직이면서 멈춰버린 공기를 타고 음악은 객석 구석구석으로 뜨거운 열기처럼 퍼져 나갔다.지난달 31일 저녁 빈 필의 예술의전당 콘서트홀 공연은 모차르트의 오페라 '피가로의 결혼' 서곡으로 시작됐다. 유려하고 섬세한 현악기의 울림 속에 약간 도드라지는 플루트와 클라리넷의 음색이 목관악기를 잘 활용한 모차르트의 뜻을 제대로 표현했다. '빈 사운드'라는 160여년 전통의 독특한 울림은 나무통에 가죽을 씌운 구식 팀파니, 빈 필에서만 쓰이는 혼, 클라리넷, 트럼펫등과 국제 표준과 다른 조율음, 비올라 파트가 제1바이올린 맞은편과 제2바이올린 옆에 나눠 앉는 특이한 배치 등으로 그 마술의 일부를 드러냈다.

장영주가 국내에 처음 선보이는 브람스의 '바이올린 협주곡 D장조'는 아직은 그에게 무거운 짐이었다. 컨디션이 좋지 않았기 때문인지 시종 무거운 분위기로 브람스의 서정성과 묵직한 감성을 제대로 드러내지 못했다. 빈 필의 사운드도 브람스를 연주하기에는 너무 산뜻했고 여독이 풀리지 않아서인지 군데군데 협연자와 앙상블이 불안한 부분도 있었다.

가장 실망스러웠던 것은 말러의 교향곡 1번 '거인'이었다. 주빈 메타는 60여분에 이르는 이 대곡의 전체를 유기적으로 구성하기보다는 순간순간의 효과에 치중한 듯했다. '장송 행진곡'이라고 하기에는 너무나 가벼웠던 3악장과 극적이지만 과장이 심해 흐름이 끊어진 4악장은 한 순간의 기립박수는 받을 수 있었지만 제대로 된 해석이었다고는 보기 어렵다.

그러나 앙상블의 정교함은 빈 필의 명성을 그대로 보여주었다. 부천 필의 제1바이올린 부수석인 최은규씨는 "현악기가 어려운 포지션으로 연주하고, 팀파니의 노련함이 돋보이는 등 주자들의 기량이 매우 뛰어났다"고 평했다. 앙코르인 요한 슈트라우스 2세의 오페레타 '박쥐 서곡'은 두 번째 박자가 조금 빠른 빈 왈츠만의 독특한 느낌 그대로였다.

3대 테너 공연 등 이벤트에서 강한 모습을 보이는 주빈 메타의 감각은 빈 필 최초의 해외 야외공연이라는 1일 서울월드컵경기장 공연에서 진가를 발휘했다. 3만 8,000여명의 관객이 입장해 신동호, 김태희 아나운서의 사회로 '열린 음악회'처럼 진행된 공연에서는 각종 왈츠가 관객을 즐겁게 했다. 앙코르 때는 월드컵을 기념해서 미리 주최측에 주문한 붉은 티셔츠를 입고 빈 필 단원들이 빨간 머플러를 착용하는 등 엔터테이너의 면모를 유감없이 보여주었다. 빨간 드레스를 입고 나온 장영주는 '카르멘 환상곡'에서 현란한 기교를 보여줬고, 빈 필의 트럼펫 수석 한스 페터 슈는 빈 필과 찰떡 같은 앙상블로 장학퀴즈 시그널로 익숙한 하이든의 '트럼펫 협주곡 E장조'를 연주했다. 관심을 모았던 월드컵경기장의 음향은 흡음천을 설치하고 스피커 배치에 심혈을 기울이는 등의 노력은 돋보였으나 음악홀 연주와 비교하는 것 자체가 무리였다. 잠실 주경기장의 3대 테너 공연 때와 다르게 경기장 구석까지 음향이 들렸다는 정도에 만족해야 할 것 같다.

이번 공연에서는 1973년 이화여대 강당에서 아바도의 지휘로 가진 첫 내한공연 때 참여했던 제1바이올린의 클레멘스 헬스베르그 등 4명의 주자가 다시 한국을 찾아 눈길을 끌었고, 남성 일색인 오케스트라에 여성 플루티스트 레나테 리노트너가 객원 주자로 모습을 나타냈다.

/홍석우기자 musehong@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