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대통령과 평검사들의 토론 이후 검사스럽다는 말이 유행하더니 2일 대통령의 국정연설이 끝나자 "국회의원스럽다"는 말을 하는 사람들이 생겼다. 대통령에 대한 의원들의 예우가 상식 밖이었기 때문이다. 노 대통령이 입장할 때 민주당 의원들은 기립박수로 환영했으나 한나라당 의원들은 대부분 앉아서 박수를 치거나 구경만 했다. 통로쪽 좌석의 일부 의원은 앉은 채 악수에 응하기도 했다. 연설이 진행된 40분 동안에는 여야를 막론하고 한 번도 박수가 나오지 않았고, 어떤 대목에서는 웅성거리는 소리가 들렸다.박수를 받지 못한 이유에는 노 대통령의 잘못도 있다. 가령 "제가 운이 좋은 대통령이었다면 보다 많은 의원을 여당으로 모시고 말씀드릴 수 있었을 것"이라는, 원고에도 없는 서두발언은 한나라당을 자극하기에 충분했다. 또 찬반이 첨예하게 엇갈리는 파병문제, KBS사장 선임에 관한 발언에 선뜻 박수를 칠 수는 없었을 것이다.
그러나 박수는 그렇다 치고 대통령을 그런 식으로 맞은 것은 잘못이다. 국회는 예의를 갖추지 않았다. 대통령의 국회연설은 2000년 6월 김대중 대통령 이후 처음이다. 당시 김 전 대통령은 10여 차례의 박수를 받았지만 대통령 연설은 그동안 총리가 대독을 해왔다. 그러다가 이번에 직접 나섰는데도 국회는 제대로 대접을 해주지 않은 것이다. 본회의장에는 토머스 허바드 주한 미대사를 비롯한 외교사절들도 있었는데, 그들 보기에 민망한 풍경이었다. 사회를 본 박관용 의장도 생각이 모자랐다.
만약 국회의장이 행정부의 행사에 주빈으로 참석해 이런 식의 대접을 받았다면 국회의원들은 아마 가만있지 않았을 것이다. 노 대통령의 정치적 연조가 자신들보다 짧거나 나이가 적거나 간에, 또 밉거나 곱거나 그는 국민이 선출한 대통령이며 국가원수다. 정당한 권위는 인정하고 존중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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