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발 비행기가 도착했습니다. 마스크 착용하고 체온계 이상 유무 확인하세요."3일 오후 1시40분 인천공항 입국장 9번 게이트 앞. 홍콩발 아시아나항공 OZ304편이 도착하자 공항검역소 직원들의 움직임이 바빠졌다. 통로에 들어선 승객들도 대부분 흰색 마스크로 코와 입을 가리고 있었다.
급성호흡기증후군(SARS) 증상 유무를 파악하기 위해 직원들은 승객의 체온을 체크하고 승객들에게 고열, 기침, 호흡곤란 유무를 기재토록 안내하느라 눈코 뜰새가 없었다. 정인설(53) 검역계장은 "몸이 열 개라도 모자랄 지경"이라고 말했다. 게이트 맞은편 검역관 대기실. 유사 증세 환자로 의심되는 한 승객이 나타나자 밀폐 보호의, 방독면, 마스크 등으로 중무장한 검역관들이 바이러스 분리용 검색채취기구를 이용, 승객을 조심스레 검사했다. 나안국(46) 검역관은 "보호장구를 풀세트로 착용하기는 2년 전 탄저균 소동 후 처음"이라고 말했다.
현재까지 유사증세를 보인 승객 11명이 격리 수용됐다가 사스가 아닌 것으로 판명돼 귀가 조치됐다. 공항 검역소 직원 52명은 지난달 30일부터 24시간 3교대 근무에서 36시간 2교대 비상 철야근무로 전환했다. 현재까지 국내에서 공식 환자가 발생하진 않았지만 사스 확산의 첫 관문이 될 수 있는 인천공항 청사는 이미'사스 공포증'에 감염된 상태. "외국 승객들에게 좋지 않은 이미지를 줄 수 있어 마스크도 쓰지 못한다"는 안내 여직원 박모(27)씨는 "청사 전역에 방역 조치를 취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불안해 했지만 이종구 인천공항검역소장은 "방역은 사스 바이러스 억제에 도움이 되지 못한다"고 설명했다.
사스 공포는 교육현장도 엄습했다. 서울 구로구 개봉동 경인중학교는 양호교사와 각 학급 담임교사가 학생들에게 '외출 후 손발을 깨끗이 씻고 양치질을 하라'는 등의 위생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금천구 독산동 가산초등학교는 지난달 말 각 가정으로 예방대책을 담은 통신문을 일제히 발송했다.
/양은경기자 key@hk.co.kr
이준택기자 nagn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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