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영 연합군의 이라크 북부 전선 공략이 활기를 띠고 있다. 이라크 북부와 접한 터키가 미군 보급품의 영토 통과를 허용했기 때문이다.콜린 파월 미 국무장관은 2일 터키에서 압둘라 굴 외무장관과 기자회견을 갖고 "두 나라는 이라크 북부에서 작전 중인 미군 부대들에 터키를 통해 보급품을 보내는 것과 관련한 모든 현안을 해결했다"고 밝혔다. 보급품은 연료와 식량, 의약품이 주종을 이루고 무기는 포함되지 않을 것으로 알려졌다. 터키는 지금까지 연합군의 영공 통과만 허용해 왔다. 미군은 당초 병력 6만2,000명을 터키 국경으로 진입시켜 북부 전선을 형성, 남과 북에서 동시에 이라크를 압박할 계획이었으나 터키 의회의 거부로 소수 특수부대 병력만을 항공기를 이용해 떨어뜨렸다. 현재 이라크 북부에는 특수부대 1,000여 명을 포함해 3,000명의 병력이 작전 중이다.
터키의 보급로 제공은 제한적이긴 하지만 바그다드 진격을 앞둔 연합군으로서는 반가운 소식이다. 그 동안 북부 공략이 지지부진한 덕에 이라크는 최정예 공화국수비대 상당수를 바그다드 남쪽 전선으로 돌려 방어를 강화할 수 있었다.
이라크 북부에서 자치를 누리고 있는 소수민족 쿠르드족도 연합군의 지원 아래 남쪽으로 활동지역을 넓혀가고 있다. 쿠르드족 무장병력은 전략 요충지 모술 북부를 지키던 이라크군을 모술 북부 10㎞ 안쪽으로 퇴각시키고 이라크군 33명을 포로로 잡았다고 워싱턴 포스트가 3일 보도했다. 연합군도 모술과 키르쿠크 등 북부 주요 도시에 대한 공습을 계속하고 있다.
사담 후세인 이라크 대통령은 2일 쿠르드족 지도자들에게 보내는 공개 메시지를 통해 "침략자들에 맞서는 지도부와 국가가 그대로 남아 있다는 사실을 귀하들도 잘 알고 있을 것인 만큼 나중에 후회할 방향으로 치닫지 말 것을 충고한다"고 경고했다.
쿠르드족은 후세인 정권이 무너지면 유전 도시 키르쿠크를 중심으로 이라크 북부에 독립국가를 수립한다는 희망을 품고 미군을 지원하고 있다. 이라크는 1988년 화학무기로 단 5분 만에 쿠르드족 5,000명을 집단 학살하는 등 지금까지 쿠르드족 수십만 명을 학살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진성훈기자 blueji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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