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자총액제한제, 지주회사제 등 재벌의 문어발식 확장을 막기 위한 핵심정책 개편을 놓고 재경경제부와 공정거래위원회가 또 한차례 격돌할 전망이다.공정위는 "재벌에 대한 고삐가 많이 풀려 있다"며 '출자총액제한제 예외조항 축소-지주회사제 실효성 제고'를 주장하고 있는 반면, 재경부는 "풀건 풀어야 투자가 살아난다"며 '출자총액제한제 현행 유지-지주회사 요건 완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출자총액제한제와 관련한 쟁점은 2001년 중반 재벌규제 완화를 두고 벌어진 재경부와 공정위의 1차 공방때 재경부가 판정승을 하면서 대폭 확대된 예외조항의 축소 여부. 당시 공정위는 재경부의 '규제완화→투자활성화' 논리에 밀려, 한도 초과분에 대해 해소 대신 의결권 행사만 제한 동종·관련 업종 출자는 적용 제외 외국인투자기업에 투자는 예외인정 순자산 개념 완화를 통한 출자한도 확대 등의 양보를 했다.
그러나 공정위는 "출자총액제한 예외인정이 지나치게 많아 대기업집단 출자총액 31조원(지난해 4월기준) 가운데 13조원(42%)이 예외적용을 받는 등 실효성이 떨어지고 있다"며 예외조항 축소방안을 추진중이다.
또 '부채비율 100% 이하 시 출자총액제 졸업' 규정도 폐지할 방침. 'A사→B사→C사→A사'식의 계열사간 순환출자를 통한 문어발식 확장을 차단하는 출자총액제한제와 재무건전성은 별개라는 논리다. 그러나 재경부 고위관계자는 "출자총액제한제는 유독 우리나라에만 있는 제도로, 집단소송제가 정착되면 폐지돼야 한다"며 "최소한 지금의 예외조항이 축소되는 일은 없도록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재계에서는 완화를, 시민단체에서는 강화를 주장하고 있는 지주회사 요건도 쟁점이다. 지주회사는 현행 재벌체제의 대안으로 인식되면서 진입요건 개선논란이 일고 있다. 공정위는 '부채비율 100% 미만, 자회사 출자비율 30%이상(비상장사는 50%)' 으로 돼 있는 기본요건을 완화해달라는 재계의 주장은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이다. 적은 비용(지분율 완화)과 남의 돈(부채비율 완화)으로 지배력을 확장(지주회사는 출자총액제한 적용 안함)토록 하면 지주회사 본래의 취지에 어긋난다는 이유에서다.
대신 이 요건을 충족해야 하는 유예기간은 1∼2년 정도 늘려주고, 일부 허용돼 있는 자회사간 상호출자는 전면 금지시키는 등 사실상 요건을 강화할 방침이다. 그러나 재경부는 "지주회사가 재벌체제의 대안이라면, 대안답게 많은 재벌들에게 진입을 허용해야 한다"며 "유예기간 연장은 물론, 기본요건 완화도 전향적으로 검토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현행 규정대로라면 재벌가운데 지주회사 전환이 가능한 곳은 삼성 등 3∼4개에 불과한 실정이다.
/유병률기자 bryu@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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