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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사의 세계]서울대병원 감염전문의 최 강 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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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사의 세계]서울대병원 감염전문의 최 강 원 교수

입력
2003.04.0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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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질이라는 용어는 사용하지 않았으면 합니다. 원인도 모르는 이상야릇한 병, 걸리기만 하면 죽을 병이라는 공포감만 키워줄 수 있습니다. 물론 주의는 해야겠지요." 전염병 연구와 진단, 치료에만 30여년…. 장티푸스, O157, 조류독감, 에이즈 등 각종 전염병을 풍부하게 경험해온 감염분야 전문가답게 서울대병원 최강원(59) 교수는 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SARS)이 혹시 너무 부풀려지는 것은 아닌지 걱정부터 했다. "그냥 '사스'라고 부르면 되는데…." 차분한 그의 표정과는 달리, 그의 연구실은 긴박감이 넘쳤다. 국립보건원에서 SARS의 국내 상륙은 이제 시간 문제라고 경고한 직후인 탓인지, 병원 내 다른 과 의사, 환자, 기자들로부터 문의전화가 쉴 새 없이 울려대고 있었다."병원 차원에서 2주 전부터 거의 매일 감염 전문가들로 구성된 대책회의가 열리고 있습니다. 어제는 의심되는 환자가 병원에 왔을 때 과연 우리 병원 어디에 격리시키느냐는 문제로 장시간 논의가 있었죠." 서울대병원의 입원환자는 40∼50%가 암환자. SARS의 감염 경로에 대해 공기 감염 가능성까지 제기되고 있는 상태에서 만약 환자가 발생했을 경우, 면역력이 저하돼 있는 암 환자와 같은 병동에 입원시킬 수는 없기 때문이다.

현재까지 밝혀진 SARS의 감염경로는 환자가 재채기나 기침을 할 때 내뿜는 작은 물방울(비말). 보통 이 물방울이 환자의 입이나 코에서 다른 사람의 호흡기내로 전달 가능한 거리는 1m 내로 알려져 있지만, 만약 공기감염이 가능하다면, 이 작은 물방울이 수분은 증발된 채 둥둥 공중으로 떠다니면서, 병실에 누워있는 환자의 얼굴은 본 적조차 없는 사람이 병원 복도에서 서성거리기만 해도, SARS에 옮을 수 있다는 가정도 해볼 수 있다.

더구나 병원에선 격리환자가 입원했던 병실은 퇴원한 후에도 24시간 폐쇄하도록 규정하고 있어 연속해서 환자가 발생할 경우, 병원은 병실 부족으로 거의 마비상태에 빠질 수도 있다. "규모가 작은 중소병원에서 이런 환자가 발생한다면 최악의 경우, 사실 다른 입원환자는 거의 받을 수 없는 상황이 올 수도 있지요. 우리나라에 과연 SARS 환자가 한 두명 발생할지, 몇 백명 생길지 알 수 없지만, 전세계적으로 SARS 환자의 수가 계속 늘고 있다는 점은 심각한 일이지요. 홍콩과 같은 심각한 사태가 오지 않기를 바랄 뿐입니다."

응급실과 외래에서 환자와 무방비 상태로 맞닥뜨릴 수 있는 의사와 간호사들을 위해, 그는 병원 내 감염전문가들과 감염관리지침도 마련했다. "요즘 병원마다 마스크(N95)를 갑자기 구입하면서, 품귀 소동까지 일고 있습니다. 다행히 서울대병원에는 활동성 결핵환자를 진료할 때 사용하기 위해 이 마스크를 많이 구입해 놓아, 부족을 우려할 상황은 아니지요." N95마스크는 완전히 얼굴에 밀착할 수 있도록 특수 제작된 수입품. 이외에도 외래 진료를 하는 의사들을 위해 보호안경, 일회용 가운 등도 비치하고, 이용방법 등을 병원내 전 의료진에게 통보했다.

감염전문의로서 전세계 전염병에 대한 최신 정보를 수집하고 분석하는 일은 그의 최우선 과제. 그는 하루에도 몇차례씩 인터넷을 통해 세계보건기구(WHO)나 미국질병관리센터(CDC)의 최신 감염정보를 검색하고, 감염 전문 의료인들의 네트워크 'PROMED' 등에서 SARS에 대한 정보를 공유하고 있다.

"감염전문의의 시각으로 보자면, 에이즈는 훨씬 SARS보다 안전한 전염병이죠. 에이즈는 한 방에 앉아 있었다고 결코 전염되는 병은 아니니까요. 의사나 간호사는 환자에게 주사 놓으면서 바늘에 찔리는 일만 없도록 조심하면 됐는데…. "

그의 외래환자는 대부분 에이즈와 결핵환자 들이다. 최교수는 "에이즈 약만 20여종류가 개발되고, 칵테일요법 등 치료법이 발달하면서 환자들이 좋은 건강 상태를 유지하고 있다"면서 자신이 진료하고 있는 환자 중에 10년 이상 살고 있는 에이즈 환자도 꽤 있다고 말했다.

"소아마비, 천연두가 지구상에서 사라졌다고 선언할 때만 해도 감염전문의의 역할은 끝났다는 시각이 많았지요. 이제 이질 환자의 설사만 잘 멈추게 하면 된다는 농담이 나올 정도였죠. 에이즈, 레지오넬라 등 신종 전염병이 계속 튀어나올 줄 누가 상상이나 했겠습니까. 콩팥투석환자나 각종 암환자의 수명이 놀라울 정도로 늘어나면서 상당수 환자는 이제 암이나 신부전이 아닌, 각종 세균이나 바이러스에 감염돼 사망하고 있습니다."

양적, 질적으로 가장 변화무쌍한 진료 파트인 감염내과. 감염 전문의는 늘 스릴이 넘쳐 좋다고 말했다. 온갖 전염병과 최전선에서 싸워오면서, 건강을 유지하는 비결을 묻자 그는 "수시로, 할 일(?) 없을 때, 손을 씻는다" 면서 " 아직 원인을 몰라, 특효약이나 예방주사가 없는 '사스' 예방에도 현재로서 최선의 방법은 손을 씻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송영주 편집위원 yjso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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