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 서울 서초동 예술의 전당에서 '흥보가 발표회'를 갖는 최준(13·서울 숭덕초등학교6)군은 국악 신동(神童)이 아니다. 그는 오히려 자폐성 장애 어린이다. 그런 그가 국악인이면 누구나 꿈꾸는 무대에 서기까지에는 가족의 적극적인 보살핌과 사회의 따스한 배려가 있었다.준이는 어렸을 적 항상 웃는 표정을 짓고 귀여운 행동을 했지만, 이상하게도 말을 잘 이해하지 못하고 더듬거렸다. '늦되는 아이'라고만 생각했던 어머니 모현선(41)씨는 준이가 세 살 때 '자폐성 발달장애'라는 진단을 받고 망연자실했다. 자폐성 발달장애는 공격적 성향은 없지만 자기가 좋아하는 일에만 매달리는 비교적 가벼운 자폐증이다.
어머니 모씨는 "준이를 특수학교에 보내기보다는 평범한 아이들과 똑 같은 환경에서 키우고 싶었다"면서 "원래 나이라면 지금 중학생이어야 하지만, 늦더라도 정상적으로 키우고 싶어 일반 초등학교에 1년 늦게 입학시켰다"고 말했다.
준이의 문제는 친구들과 어울리는 일에 관심이 없고 혼자 노는 것을 너무 좋아한다는 것. 그러던 준이가 판소리를 알게 되면서 조금씩 자폐 성향에서 벗어나기 시작했다. 모씨는 준이에게 판소리 CD를 계속 사주다가 지난해부터 집 근처 국악 학원을 다니게 했다.
"준이의 판소리 실력이 쌓여가는 것을 보면서 발표회를 열어주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준이에게 용기를 주고 싶었죠. 기왕이면 멋진 곳에서 해주어야겠다고 생각했지만, 예술의 전당은 꿈도 꾸지 못했어요."
지난해 말 준이가 예술의 전당에서 국악 공연을 보고 난 뒤 "나도 저 무대에 서고 싶다"고 혼잣말을 하는 것을 듣고 모씨는 결심을 굳혔다. 모씨는 용기를 내어 국립국악원 공연 담당자에게 공연 의뢰를 했고, 뜻밖에도 담당자로부터 "기준에는 미흡하지만 방법을 찾아보겠다"는 긍정적인 답변을 얻었다. 여러 차례 협의 끝에 예술의 전당(국립국악원 우면당)에서 어른과 합동 공연하는 형식으로 공연이 성사됐다. 국립국악원측은 "전례가 없지만 장애우를 배려하는 사회 분위기가 필요하다고 생각해 적극적으로 방안을 강구했다"고 밝혔다.
어머니 모씨에게는 한가지 다른 걱정거리가 있다. 준이처럼 가벼운 증세의 자폐아들이 다닐만한 중학교가 많지 않은 것이다. 준이가 현재 다니는 초등학교는 일반 학교이면서도 자폐아를 위한 학습 프로그램을 병행해서 운영하고 있다. 준이는 일반 학생들과 같이 수업을 하다가 특별히 필요한 수업은 별도로 시간을 내서 듣는다. 자폐아를 보통 아이들 속에서 키우고 싶어하는 부모들이 원하는 교육 시스템이다.
"중학교의 경우 그런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곳이 거의 없어요. 준이를 어떻게 중학교에 보내야 할지 벌써부터 걱정이 태산 같아요." 이번 공연의 고수는 이상호씨가 맡는다. 관람료 무료. (02)580―3333
/이민주기자 mj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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