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군이 바그다드 인근의 이른바 '레드 존'(red zone)에 진입함으로써 이라크군의 화학무기 사용여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레드 존은 미군이 이라크의 화학무기 공격의 사정권으로 설정한 바그다드 인근 지역을 말한다. 바그다드 남부 80㎞ 지점의 카르발라에서 남동부 128㎞지점의 쿠트를 연결하는 라인 안쪽으로 화학무기 장착이 가능한 이라크의 프로그―7 미사일의 경우 사정거리가 64㎞라는 점을 감안한 것이다. 바그다드 주변에 배치된 사정거리 19㎞의 로켓포와 야포도 화학탄을 날릴 수 있다는 점도 고려했다.
물론 이라크가 화학무기를 보유하고 있다는 증거는 없다. 화학무기 저장시설도 아직 발견되지 않고 있다. 하지만 미군은 이라크가 80년대 이란과의 전쟁이나 북부 쿠르드족을 진압할 때 화학무기 공격을 가한 전과를 들어 후세인 대통령이 벼랑 끝에 몰리면 사용할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노회한 후세인 대통령이 화학무기를 갖고 있더라도 이를 전장에 투입할지에 대해 회의적인 시각이 많다. 얻는 것보다는 잃는 것이 많다는 이유에서다.
무엇보다 화학무기 사용은 전세계적인 반전여론에 시달리며 명분이 약한 전쟁을 치르는 미군에게 오히려 명분을 살려주는 꼴이 된다. 이라크가 대량 살상무기를 갖고 있다는 미국의 주장을 물증으로 뒷받침하게 되는 셈이다.
화학무기는 풍향에 영향을 받기 때문에 실전에서 사용하기에는 어려움이 크다는 지적도 있다. 전문가들은 "화학무기로 공격하려면 바람의 방향을 정확히 파악해야 한다"며 "풍향이 수시로 바뀔 경우 적군뿐 아니라 아군도 죽이게 된다"고 말했다. 특히 미군은 인구가 밀집한 바그다드 코 앞까지 다가서 있어 화학탄을 터뜨릴 경우 자국민을 살상하는 자살골이 되기 쉬운 상황이다.
이 밖에 미군이 핵무기를 포함, 더욱 강력한 무기로 대응토록 만든다는 점을 들어 화학무기 카드는 쉽게 빼들지 못할 것이라는 설명이다. 미국 브루킹스 연구소의 케네스 폴락은 "대량살상무기를 쓴다면 후세인의 최악의 선택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박진용기자 hub@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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