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포켓볼에 빠진 탤런트 김윤경/"포켓으로 스트레스도 빨려들어 가죠"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포켓볼에 빠진 탤런트 김윤경/"포켓으로 스트레스도 빨려들어 가죠"

입력
2003.04.04 00:00
0 0

"당구공이 생각한 대로 홀에 빨려들어갈 때면 스트레스가 확 날아가요."감성적 마스크의 탤런트 김윤경(26). 그녀가 포켓볼을 즐기는 가장 큰 이유다. MBC 월화 미니시리즈 '러브레터'에서 냉정하고 영민한 내과 레지던트역으로 출연했던 김윤경은 신세대 탤런트답게 포켓볼 경력이 벌써 5년째. 대학시절 친구들과 카페에 놓여있던 당구대를 통해 우연히 입문하게 됐다. 처음에는 누우면 천장이 당구대로 보이고 밥상 식기가 당구공으로 보일 만큼 푹 빠지는 통과의례도 치렀다.

방송국 아르바이트 일을 하다 갑작스레 캐스팅 돼 CF스타로 발돋움 한 그녀에게 포켓볼은 이제 단순한 취미생활 이상의 것이 됐다. 지난달 28일 오후 서울 남부터미널 근처의 한국당구아카데미. 실내운동장만큼 넓은 공간에 55개의 당구 테이블이 펼쳐져 있다. 한켠에서 큐를 잡고 있는 키 169㎝의 늘씬한 여인이 단연 돋보인다.

방송일 끝나면 큐 잡으러 직행

김씨는 경인방송 '영화가 좋다' 녹화를 마치자마자 포켓볼을 체계적으로 기초부터 배우기 위해 이곳을 찾았다. 한국당구아카데미는 이론과 실기를 바탕으로 스포츠 당구를 보급하는 국내 유일의 교육장. 자욱한 담배연기, 자장면을 시켜 먹으며 시끄럽게 떠드는 동네 당구장 풍경은 눈을 씻고 봐도 없다. 깨끗하고 정겨운 분위기속에 중학생에서부터 노부부에 이르기까지 삼삼오오 흥미진진한 얼굴로 당구공이 만들어내는 수만가지 경우의 수에 빠져있다.

1∼15번까지 노랑 파랑 빨강 자주 등 형형색색의 공들이 화려하게 모여있고 김씨가 자세를 낮추고 브리지(큐를 고정시키기 위한 손가락 모양)를 만들었다. 이어 큐를 잡은 오른팔이 수차례 앞뒤를 오가며 조준을 끝낸뒤 강하게 스트로크를 날렸다.

"따악∼ 따닥." 녹색의 당구대 위에서 순식간에 굴러간 흰공이 앞쪽의 1번 공과 부딪히는 순간 경쾌한 마찰음을 내자 쌓인 갈증과 피로가 단번에 날아간 듯 그녀의 표정에 짜릿한 희열이 흐른다. 하이에나가 사냥감을 노리는 것처럼 매서운 눈빛으로 한 큐, 한 큐 정신을 쏟아 붓는 모습은 모든 시름을 잊고 있는 듯하다.

군살제거 다이어트 효과 만점

잠시 후 국가대표 출신 김홍균 강사가 "포켓볼에서 가장 중요한게 초구예요. 이번에는 좀 더 파워있게 쳐 보세요. 수구(큐로 치는 볼·Que Ball)는 큐를 약간 아래로 낮추고 1번 공의 중앙을 힘껏 맞히세요"라고 친절히 설명해 줬다. 김씨는 불안정한 브리지와 스탠스(두 발의 위치)를 교정받고 턱선과 큐가 일직선이 되도록 겨냥자세를 바로 잡았다. "큐를 잡는 오른손 그립(손의 위치)을 너무 꽉 쥐면 스피드가 안 나니 살짝 잡으세요." 김윤경씨는 "지금까지 친구들 사이에선 '허슬러'(당구고수)로 불렸는데 여기 와 보니 기본기가 부실하네요. 끌어치기와 밀어치기, 좌우 스핀샷 모두 다시 배워야 겠어요"라며 쑥스러워 한다.

포켓볼은 일련번호가 매겨져 있는 공들을 당구대의 네 모퉁이와 중간 두곳에 나 있는 포켓에 차례로 집어 넣는 경기. 김씨는 가장 인기가 있는 에잇(8)볼을 즐긴다. 15개의 공을 로(low)그룹과 하이(high)그룹으로 나눠 마지막에 8번공(검은색)을 넣는 쪽이 이긴다.

"뒷발에 힘이 들어간 평소 자세가 공이 굴러갈 때 뒷심이 부족했던 원인이라는 것을 깨달았어요. 왼쪽 앞발에 조금 더 중심을 두고 탄력있게 치니 엄청 묵직하게 굴러가네요. 초구에 공이 서너개씩 구멍에 들어가구요."

김씨는 "4구와 달리 포켓볼은 당점(공을 원하는 방향으로 보내기 위해 큐로 맞춰야 하는 부분)을 잘 잡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에 섬세한 여성들이 더 배우기 쉽다"며 "특히 팔뚝 살이 늘어지는 여성들에게는 다이어트 효과가 만점"이라고 권한다. 실제로 1시간 정도 포켓볼에 열중하다보면 2㎞정도 걷는 운동효과가 있었다. 공을 칠 때마다 고개를 숙이게 돼 허리운동은 물론 군살제거에도 효과 만점.

"연기자로서 대사를 잘 외우는 데 필요한 집중력을 키우는 데도 포켓볼만한 것이 없어요." 김씨는 "미세한 힘 조절과 정확한 두께 조절에 전력투구 하다보니 어떤 상황에서도 집중할 수 있는 능력이 생겼다"며 환하게 웃었다.

/박석원기자 spark@hk.co.kr

■ 당구아카데미 손형복 원장

"당구는 수백만 국민이 즐기는 국내 최대의 레포츠입니다. 제대로 배웁시다."

1991년 서울 장안동에서 당구대 2개로 시작한 '당구아카데미'를 10년이 넘게 고수하고 있는 손형복(48·사진) 원장은 스스로를 '독립군'이라고 말한다. 현재 4구당구(빨간공 2개와 흰공 1개로 자기 점수만큼 치는 경기) 1,000점을 치는 그가 당구를 접한 것은 재수생시절이었다. 손 원장은 당구장에서 계속 패배하며 '게임비'를 물자 "정식으로 가르치는 교육기관이 왜 없을까"하고 안타까워 했던 기억을 되살려 9년동안 잘 다니던 대기업을 뛰쳐 나와 사업에 나섰다. 그동안 당구아카데미를 거쳐간 회원만 2만명이 넘고 최근엔 대전 분원까지 생겼다. 물론 '술 한잔 걸치고 들어오는 손님'은 받지 않는다.

지난해 용인대에서 '스포츠당구 활성화'란 주제로 석사논문까지 마친 그는 "옛날엔 당구 못치는 사람이 착실하다는 소리를 들었지만 요즘에는 능력없는 모범생으로 찍히게 마련"이라며 "20개 중고교 학생들이 특별활동 시간을 이용해 한달에 2번씩 이곳에서 교육받는다"고 전했다.

당구의 종류는 4구와 스리쿠션, 포켓볼, 스누커 등 4가지. 스누커는 빨간공 15개(각1점)와 6개의 다른 색깔공을 포켓에 집어 넣어 100점을 먼저 얻으면 세트를 따낸다. 5판3선승제이며 빨간공과 다른 색깔공을 번갈어 넣어야 한다. 외국에서 가장 인기있는 스누커와 달리 국내에선 4구와 스리쿠션을 많이 치고 최근엔 포켓볼 마니아들이 부쩍 늘었다.

손 원장은 "당구 공을 12,3,6,9시로 4개의 점을 머리속에 그리세요. 그다음에 끌어치기는 6시, 밀어치기는 12시, 좌우 회전은 9,3시 지점을 가격하면 돼요. 이 원리대로 끌어치기와 밀어치기는 브리지를 낮춰 큐가 수평을 유지해야 한다는 점만 명심하면 재미있게 여러 종류의 당구게임을 즐길수 있습니다"라고 설명했다. 한국당구아카데미 본점 02―598―3877, 대전 042―634―7033

/박석원기자

■ 손 원장이 당구를 권하는 8가지 이유

1. 집중력이 크게 향상된다.

2. 공끼리 부딪히는 각도를 연구해야하는 두뇌 스포츠다.

3. 잡념을 없애고 한가지 목표에 빠지게 하는 정신건강 효과만점.

4. 자신의 의도대로 공이 움직일 때 스트레스가 확 사라진다.

5. 당구대를 한바퀴 돌면 10여m, 끊임없이 걷기 운동을 하게 된다.

6. 허리를 구부릴 때 혈액순환, 뱃살 및 군살제거.

7. 경기중 나누는 대화로 가족 및 친구, 연인과의 친분관계를 돈독히 한다.

8. 당구는 친 대로 들어가는 과학적인 레포츠이며 노인들의 치매예방 특효약.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